‘중국의 만만디는 혁신과 실용 정신으로 다져진 자신감이었다’
△8월 16일(3일차)
<안구시신선대파가공공장-대파농장-청도시채소과학기술시범원>
안구시에는 수십 곳의 대파 가공공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한국과 일본에 신선대파를 수출하는 공장 한 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보통 130~200명 정도 일한다고 한다.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들이 박피한 대파를 가져와 규격에 맞게 절단하고 이물질을 재거하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신기한 손놀림으로 박피작업을 하고 있었다. 에어콤프레샤 건을 이용해 박피를 하는 데 한 뿌리당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작업하는 공민들은 10년 이상 경력이 있고 한달에 60~70만 원 정도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작업 공정에서 연백부에 조금만 흠이 있거나 구부러져도 수출용에서 제외한다. 일본에 수출 예정인 대파는 5kg 단위로 포장하며 연백부 길이만 50cm다. 일본에 비해 한국으로 수출되는 대파는 청이 훨씬 길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공장 사장은 “일본상인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장기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가 쌓여 있으며, 상인들이 제공하는 종자를 심는다. 하지만 한국상인은 뜨내기일 뿐만 아니라 싼값에 중급 대파를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①대파껍질을 다시 선별하고 있다 ②작업 완료한 일본 수출용 대파 ③라벨 밴딩작업 ④에어건 박피작업 ⑤대파 가공공장 사장과 함께 기념촬영>
박피장 안쪽에는 대파껍질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껍질을 버리지 않고 다시 선별해 양념 재료로 재가공한다고 한다. 또 수출용에서 제외된 대파들도 선별과정을 거쳐 하품들은 식재료 가공공장으로 보낸다고 한다.
안구시의 신선대파 가공공장을 방문하는 동안 연수단은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진도의 푸드밸리에 비해 시설은 열악했지만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보였다. 이러한 공장이 안구에만 수십 개라고 하니 진도 대파농가들의 가슴은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한해 중국 건파(냉동) 수입량이 6~7만 톤에 이르는데, 진도 전체 대파 생산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한국 대파농가들이 폐기를 하는 동안 중국 대파농가들도 가격폭락을 겪게 되지만, 이들은 건파 가공·저장·수출을 통해 폐농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대파가공공장 사장의 안내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파농장을 방문했다. 그 농장으로 가는 동안에도 모래 평야의 옥수수밭 사이에 대파밭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안구에서는 3개월 동안 키운 모종을 정식한 뒤 3개월만에 상품으로 출하한다고 한다. 1평에 최하 50kg 생산이 가능하도록 밀식해서 심고, 잡초가 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배토를 해 주고 있었다. 안구에서는 관리기형 배토기가 눈에 띄지 않았고, 대부분 오삽 하나로 배토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가당 경작 가능한 면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① 중국 대파 농장-3개월 키운 모종을 고랑에 이식한다 ② 대파 운반차 ③ 청도시채소과학기술시범원 기념 촬영>
그곳에서는 3개월 육묘한 모종을 50cm 간격으로 고랑을 파서 밀식해 심는다. 진도에서 비닐대파농법을 시작하기 이전에 했던 농법과 비슷하다. 헛골이 아닌 평지에 고랑을 파는 것은 양수장에서 끌어온 물로 관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고, 이랑 사이가 넓은 이유는 지속적으로 배토를 해서 연백부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연수단은 안구를 빠져나가기 전에 농심 현지가공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노력했지만 농심 쪽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방문 목적을 건파 시설 견학이라 설명했는데도, 그들이 방문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국내 대기업들의 이익을 담보하는 한중 FTA 협상이 진행중이었고, 한국 농민이 죽어도 그들은 결코 한국산 식품원료를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수단은 다음 일정을 위해 청도로 향했다. 안구시에서 청도시채소과학기술시범원까지는 버스로 2시간거리였지만, 도로 곳곳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오후 4시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곳은 한국의 도기술원에 속해 있는 연구소 격으로 특수작물을 개발 보급하고 있었다.
15ha에 이르는 넓은 시범포를 다 둘러 볼 수는 없었으나, 중국도 기후 변화에 따른 대안 농작물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었고, 시범원 자체를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어 중국 농업 정책에서 무엇보다 실용성이 중요시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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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대약진운동으로 공사판이 된 중국>
중국은 현재 ‘대약진운동’이라는 개발사업이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속도로와 풍력발전, 고속철과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고, 지방정부의 동시다발적 국유 및 민간서민주택 건설 등으로 중국 도심은 거대한 공사판이나 다름없다.
연수단이 방문한 청도와 위성 도시들만 해도 지하철 공사와 도로공사, 서민주택단지건설 등의 대규모 공사 때문에 기존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여서 계획한 연수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도 애를 먹었다. 허름한 서민주택이 헐리고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개발만능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사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지 않고 중단되었거나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되어 작업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중국 곳곳에서 착공과 동시에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에서도 완공시기를 지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설자재가 시시각각 폭등하고 있는 만큼 주택 보급가도 높아지고, 그 때문에 아파트가 완공되어도 입주할 수 있는 서민 수요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청도만 해도 신축 아파트의 5분의 1은 비어 있다고 하는데,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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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4일차)
< aT 청도지사 - 5·4광장 - 지모루시장 - aT와 세미나>
<① 학생운동의 성지 5·4광장 ② 지모루 시장 ③ 청도 aT 지사 방문 ④ 세미나-곽길성 회장 발제 ⑤ 세미나 - 이정석 소장 발표>
오전에 청도시 중심에 있는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청도지사를 인사차 방문했다. 그곳은 고층 오피스텔 건물에 입주해 있는 작은 사무실에 불과했지만, 한중 채소 수출입을 관리·감독하는 중책을 맡은 곳이다. 이정석 소장은 연수단을 반갑게 맞아주며 업무 현황을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에 본부가 있는 aT센터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6개국에 9개소의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중국에는 1994년에 북경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1998년 베이징 aT센터, 2004년 상하이 aT센터, 2006년에 청도사무소를 설치했다.
청도지사에서는 ‘국영무역 사업의 효율성 도모 및 국내 수급 민감품목 관리 지원, 불·편법 수입 방지 등을 위해 중국 농산물 수입정보조사·제공 및 현장 실무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또 공사는 정부비축사업 실시기관으로서 주요 농산물의 국내외 생산 동향을 감안하여 적기·적정 물량의 확보 및 방출로 수급안정 도모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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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무역에서 청도지사가 중요한 이유
①첫째, 농산물(양념·채소, 특작) 산지 및 집산지이며 농산물 가공·수출업체 집중
-마늘·양파 등 주산지이며,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채소류 가공 등 농산물 업체 다수 분포
②국영무역 농산물 선적항으로서 정보조사, 선적 전 품위검사 업무 빈번
-청도(교주·평도) 농산물 수출업체 선별·포장 작업, 청도항 및 황도항 선적
③농산물 수입정보 및 국영무역 업무 관련 중국 전체 지역 관할
-화동지역 주요생산품목 : 고추, 마늘, 양파, 생강, 땅콩, 참깨, 배추, 무 등 8개 품목
-북방지역 주요생산품목 : 쌀, 콩, 콩나물콩, 팥, 녹두, 메밀 등 6개 품목
④한-중FTA 협상 진행에 따른 정부기관 등 산동성 방문 증가
-정부 및 지자체, 농업기관 및 관련단체의 농산물 정보제공 및 출장지원서비스 등 수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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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지사는 국영무역 품목별 주산지 모니터링을 통해 중국 농산물 생산·유통 정보 수집제공하고 있는데, 주산지 거래동향 정기 모니터링 및 출하 전 작황조사, 집중 출하시기 생산전망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영무역품목 거래가격 및 동향 정기제공(월 1회/14품목), 중국 농업 생산전망 심층조사·제공(품목별 연 1회/12품목), 국내 수급불안 품목은 주 단위로 거래 및 가격동향 제공하고 있다. 국영무역품목은 양념류(건고추, 마늘, 양파, 생강), 특작류(땅콩, 참깨), 쌀·잡곡류(팥, 녹두, 대두, 메밀) 등이다.
이정석 소장은 “관세청과의 특별 저가수입신고 단속 협력을 통해 110억 원 관세를 추징하고 민간 수입가능가격 제공에 따른 저가 신고방지로 4,062억원 효과를 올렸으며, 직접효과(관세증대) 3,876억 원, 간접효과(국산 농산물 가격지지) 186억 원 등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연수단은 이정석 소장에게 다시 한 번 농심 청도가공공장 방문을 타진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끝내 무산되었다. 중국 대파가 어떤 경로로 농심 공장에 유통되는지, 스프와 같은 식재료 가공공정은 어떠한지 알아보는 일은 다음 숙제로 남길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오후에는 학생운동의 성지 5·4광장을 찾았고, 한국인들이 단골이라는 지모루시장을 탐방했다. 지모루에 입점한 상점들에는 한글 간판이나 안내문이 눈에 띄었고, 정문에서는 각종 김치를 팔고 있었다. 지모루의 상술은 일단 가격을 3배에서 10배까지 부르고 흥정을 시작하는데, 보통 절반 이상 가격을 깎는 게 관행이 되었다.
<중국농업 현황 및 주요 품목동향> 세미나
저녁때는 중국과 한국의 농업, 그리고 유통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정석 소장이 ‘중국농업 현황 및 주요 품목동향’이라는 주제로 보고를 했고, 질문 답변 시간이 이어졌다.
서고동저 지세를 가진 중국은 산지 33.3%, 고원 26.0%, 분지 18.8%, 평원 12.0%, 구릉9.9%의 지형이다. 농촌인구는 전 인구의 47.4%인 6억 4222만 명인데, 1995년 8억 5947만 명에 비해 2억 명이나 감소했다. 경지면적은 1억 3004만ha로 전 국토의 12.7%에 불과하며, 1인당 경지면적은 2007년 0.1ha에서 2012년에는 0.2ha로 늘고 있다.
중국 농림축수산업 생산액은 8조 9443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액의 17.2%이다. 농민 1인당 평균 순소득은 7,916.6위안(약 1,346천원)이다. 도시와 농촌주민 소득격차는 (’83) 1.8배 → (’11) 3.1배로 늘어났다. 농촌실업인구가 급증하고,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 농업용수 부족, 고령화 등이 중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되었다.
산업별 총생산약을 보면 농업이 4조6,940억위안(52.5%), 임업은 3조447 억 위안(3.9%), 축산업이 2조7,189억 위안(30.4%), 수산업은 8조706억 위안(9.7%)이다.
주요 생산 품목 현황을 보면 식량작물이 58,958만톤(곡물 53,934.7, 두류 1,730.5, 서류 3,292.8), 유지류(유채 등)이 3,436.8만톤, 면화가 683.6만톤, 당류 12,311.4만톤, 과일 24,056.8만톤, 채소 67,929.7만톤(’11년), 차잎 179.0만톤 등이다.
중국은 농산물 공급 변동성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각 지역의 난개발로 인한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경제력이 상승되면서 중국 농산물 내수 소비 증대되고 있으며, 농산물 투기 현상(부동산, 광물 → 농산물)이 심화되고 있다.
2004년 이후 10년 연속 식량 증산이 되었는데도 수입증가로 중국의 식량 대외 의존도는 11%를 넘어서고 있다. 2013년 식량 생산량은 6억194만 톤으로 전년대비 2.5%나 상승했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 3년간 옥수수·밀·쌀 수입량은 2배 증가했는데, 그 원인은 중국인구의 절대적 성장·생활수준 향상·소비 구조 업그레이드·농산물 가공 수요 증가 등이었다.
연수단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누구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중국 경제와 농업에 대한 통계화된 자료를 보면서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이 한중 FTA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은 ‘품질’을 높이는 길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중국은 그들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친환경 분야에서도 개혁적 성과를 얻어내고 있었고 유통에서도 현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진도 농민들에게 중국은 더 이상 경쟁국이 아니었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국의 농촌과 농민들에게서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만만디라 했던가? 비판적으로 보면 중국인들의 게으름을 뜻하는 말이지만, 연수단은 그네들의 만만디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만만디는 게으름이 아니라 날마다 새롭게 하는 ‘혁신’과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실용’ 정신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이제 우리 농민들이 느긋하지만 철저하게 농업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농업을 이해하고, 그 거대한 시장으로 진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품목에서 사계절 농사가 가능하기에 세계 농산물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중국이지만,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수출한 만큼 다시 수입해야 하는 게 중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 규모에서 한국 농산물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듯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은 발전을 거듭할수록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벼랑 끝에서 이러한 희망이라도 갖지 않는다면 절망만 남을 것이기에.
세미나가 끝나고 저녁식사가 이어졌다. 청도의 호텔식 음식은 재료가 다양하고 화려했지만 향신료와 기름으로 맛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느끼하고 비릿했다. 미리 준비해온 김치와 고추장·통조림·김 같은 밑반찬이 없었더라면 식사 내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다만 청도맥주만큼은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