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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4년08월17일 10시04분 ]

산둥성 농업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와서도 한동안 보고서를 쓰지 못했습니다. 미뤄놓은 농사를 돌볼 겨를도 없이 정부의 쌀관세화 선언에 대해 대항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쌀관세화 저지 투쟁을 하면서도 중국에서 봤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라 짬이 나는 대로 보고서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진도 농민들에게는 쌀도 중요하고, 주요 경제소득작물인 대파와 채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이 먼저 가서 배우고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 정책에 의존해야만 하고 결국 하나둘 빚더미 속에서 농사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번 연수를 함께해 준 동지들이 고맙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또한 진도 농업 현실에 공감하고 기꺼이 지면을 내어준 진도신문에도 감사드립니다. 목포 MBC의 일방적인 비판보도로 연수 기간 내내 마음 한구석에 멍이 져 있었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군민들의 오해도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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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농업연수 배경과 목적
 

세월호 참사라는 전 국민적 슬픔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있는 와중에 농업연수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수를 계획하면서 시기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진도 농민들과 농업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수 일정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첫째, 2013년에 이어 2014년 생산될 대파의 가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대파 수입의 중심인 중국 대파의 생산․가공․건조․유통의 현장을 진도 대파의 출하 시기 이전에 보기 위함이었다. 셋째는 장마기간이 상대적으로 농한기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실무자들의 자문을 얻어 한중FTA로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는 중국 산둥성을 연수 대상지로 선택했다.
 

진도군 농업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파 문제는 핵심이다. 그러나 진도 대파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는 국내의 해남, 신안, 영광, 부안과 더불어, 진도 생산량 5만 톤보다 많은 6~7만 톤(신선대파, 냉동 대파, 건조 대파 포함) 수입되는 중국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 선진국이라는 북미와 유럽․일본 등이 아닌 중국 대파를 중심으로 하는 채소 생산 현장을 돌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전 조사로 본 중국 산둥성은 남한 면적의 1․5배로 미국 캘리포니아,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3대 채소 생산지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채소인 배추, 마늘, 양파, 대파, 사과, 배 등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산둥성에는 청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대파 생산단지와 유통단지, 가공 건조시설이 많이 있다.
 

특히 중국의 대파 건조 과정과 건조파의 수입․유통과정이 관심의 일 순위였다. 왜냐하면, 진도 대파의 과잉 생산 시기에 가격이 급락하면 냉동파로 유통하거나 건조 가공하여 납품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국내 굴지의 농심, 삼양 등 라면회사의 청도 현지 공장이 있고 일본이나, 중국의 공장들도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진도 대파의 명성 유지, 경쟁력 향상, 수급 조절, 가공, 건조, 소득 보장은 국내농업 정책, 진도군의 농정 방향, 농협의 판매 사업, 농민들의 자구책 등이 연계되어야 성과를 가져올 수 있어 농민들의 자구책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중국 산둥성 채소단지와 공장, 유통시장 답사 등을 연수를 목적으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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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세계 최대의 채소 정거장 수광채소도매시장에서 한중FTA 반대 구호 외치다’


▢ 8월 13일
진도 - 인천국제공항

밤 11시 진도향토문화회관 앞, 진도읍·지산․의신지회와 임회 지역 참여 회원들이 금호고속버스에 올랐다. 군내·고군지회는 금골에서 합류해 총 35명의 농민들이 4박 5일 동안의 중국 농업 연수를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날짜로 따지면 정확히 4박 7일이었다.
 
연수단 회원들의 표정은 한국의 어느 농촌 지역을 방문하는 것처럼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여행용 가방에는 홍주․소주․개인여행용품뿐만 아니라 바쁜 시기에 농사를 제쳐두고 떠나야 하는 걱정거리도 한짐 묵직하게 담겨 있었을 것이다.


▢ 8월 14일(1일차)
인천국제공항 - 청도공항 - 현대농업과학원 - 곡부시
 

연수단은 새벽 5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하고, 길벗투어 경복수팀장의 안내로 출국 수속을 밟았다. 청도행 비행기는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해 10시 10분 청도에 도착했다. 회원 한 분이 반찬으로 가져온 멸치를 압수당한 것 말고는 대륙 입국 절차는 싱거울 정도로 간편했다.
 

청도공항에서 현지 가이드 김순천씨의 안내를 받으며, 현대농업과학원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도시농업연구기관으로 도심에 있기 때문에 시험포와 같은 농업시설보다는 농업 예산 조달, 품질관리나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연구팀장으로부터 과학원의 역할과 청도 농업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브리핑이 끝나고 답례로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 청도시 농업과학원에서 산둥성 농업 현황과 과학원의 역할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청도 시내에는 한글 간판이 자주 목격되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한인들이 5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고, 주로 상공업에 종사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첫 점심식사를 마친 연수단은 ‘공자’의 고향인 곡부로 향했다. 곡부까지는 버스로 5시간 거리였다. 연수단은 이동하는 동안 산둥성의 농촌 들녘 답사를 겸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는 옥수수와 땅콩만 심어져 있었고, 한국 저수지와 같은 수리시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원의 땅은 대부분 모래처럼 입자가 고왔고, 돌덩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땅콩 밭 고랑에도 잡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들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들은 80년대 진도의 농촌 풍경과 비슷했는데, 높은 담장과 꽉 닫혀 있는 대문에 비해 집안 내부는 허름해 보였다. 마을 어귀나 은사시나무숲, 다랑밭 사이에는 소담스런 토분들이 눈에 띄었다. 봉분 크기도 작았고, 잔디를 입히지 않았지만 풀이 자라고 있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일상적으로 관리를 하는 듯했다.
 

곡부에 가까워지면서 평원은 암반 위에 형성된 구릉지대로 바뀌었다. 구릉마다 산꼭대기까지 다랑밭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가 드나들만한 농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보이는 농민들은 삽으로 복토를 하거나 잡초를 긁는 도구로 제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 농촌이 고령화될수록 구릉지대의 농업도 쇠퇴하겠지만, 끝없이 이어진 돌탑밭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간직될 것이다. 

▲ 평원지대가 끝나자 구릉지대가 나타났는데, 구릉마다 어김없이 꼭대기까지 다랑밭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비가 내리다가 개기를 반복했다. 어스름해질 무렵 곡부에 도착한 연수단은 공묘 근처에 있는 ‘권리빈사’에 짐을 풀고 허기를 달랬다. 전날 한밤중에 버스로 5시간을 인천공항을 향해 달렸고, 4시간의 출국대기시간을 거쳐 청도까지 1시간 비행 후에는 9시간가량 줄곧 버스로 이동했으니,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숙소 둘레는 관광지여서 야시장이 펼쳐지는 듯했지만, 갑작스레 뇌성이 치고 폭우가 내려 연수단은 저녁 산책을 포기해야 했다. 삼삼오오 객실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는데, 자정께 하나둘 피곤에 지쳐 쓰러지기 시작했다. 연수단의 취기를 더욱 돋운 술이 공자께서 마시던 ‘공부가주(孔府家酒)’라 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것은 능숙한 것만 못하고 능숙한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논어>)  
 

공자 말씀처럼,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힘들고 고달픈 배움의 여정 또한 그러하다. 세상 어디를 가든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공자님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 8월 15일(2일차)
공자 유적 - 수광채소그룹기지 - 수광채소도매시장
 

연수단은 아침 산책 겸 공자 유적지 삼공을 방문했다. ‘공묘’는 중국의 3대 건축물로 공자에게 제사를 모시는 곳이다. 1089년에 세워진 ‘공부’는 공자 가문의 자손들이 대대로 살아왔고 곡부지역의 관청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공림’은 공자와 공자 후손들의 묘가 있는 곳으로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씨족 묘군이다. 중국인들의 여유로움과 대륙적 지성이 솟아나는 발원지가 바로 삼공이었다.

▲ 아침 산책 겸 공림에 있는 공자의 묘에 가서 공자의 말씀을 되새겨 보았다.

 

삼공을 차분히 돌아보며 공자의 말씀을 조금 더 듣고 싶었지만 연수단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번 농업 연수의 중심 목적지이자 중국 채소 생산의 본산인 수광시로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연수단은 곡부에서 쉬지 않고 다시 5시간을 달려 수광채소그룹기지에 도착했다. 수광시는 10여 년 전만해도 중국의 가난한 농촌에 불과했으나 연구소 겸 교육기관인 이곳을 통해 일명 ‘채소 혁명’을 일으켰다.
 
‘채소의 고향’이라 불리는 수광시에는 100만동의 비닐하우스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다. 최근 ‘수광 채소 국제박람회가’ 끝난 다음이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역사관과 시험포를 돌아보며 중국 채소 농업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수광채소그룹기지에서 운용하는 대규모 육묘장은 대부분 자가 육묘에 의존하는 우리 채소농업을 돌아보게 한다. 종자 육종과 채종․육묘 보급을 농업기관이 담당한다면 채소의 품질이 균일화될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비도 대폭 절감될 것이다. 또한 농가들은 농작업 시간을 줄임으로써 농업인생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수광채소그룹기지 중앙에 있는 신농씨 동상 앞. 이곳은 중국의 최고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수광채소그룹기지 안에 있는 역사관을 돌아보며, 중국에서 채소농업이 ‘농업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열을 이용한 저비용 비닐하우스 농업과 신품종 육종을 통한 고품질화, 그리고 농민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등 내실 있는 농업 정책이 혁명적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이어지는 수광채소농업에 대한 찬사는 이제 이곳을 중국 농업을 넘어 세계 농업으로 가는 교두보로 만들고 있다.
 

연수단은 견학하는 농업기관 관계자들에게 ‘진도홍주’를 기념선물로 전달했다. 수광 채소육묘장 관리직원에게 진도홍주 아라리를 건네자 직원들은 ‘최고!’라며 반가워했다. 중국 농민들에게도 한국산 제품은 인기가 좋았다. 어디를 가나 ‘한궈’에서 왔냐며 연예인 보듯 신기해했다.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중국농민들에게 한국은 자신들의 농산물을 구입해 주는 고마운 시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진도홍주 아라리를 받고 신기해하는 육묘장 관리직원들

 

오후 늦게 찾은 수광채소도매시장은 기대와 달리 한산했다. 그곳 도매시장 자체가 새벽에 열리는데다 외부에 알려진 만큼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듯했다. 산둥성 지역이 워낙 넓어 도매시장이 여러 구역으로 나눠져 열리고 있고, 우리가 찾은 시장은 전체 시장 가운데 일부 구역에 불과했다.
 

거래를 끝내고 뒷정리하는 상인들이 눈에 띄어 다가가서 손발짓으로 대화를 나눠보았다. 양파․대파․오이․생강․호박 등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과 품목은 다를 바 없었지만, 빛깔과 크기는 차이가 났다. 대부분 한국산보다 크기가 커 보였고, 빛깔도 진했다. 가격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오후 4시~10시까지 열리는 본 수광채소도매시장은 중국 전체 채소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생산된 채소를 매일 밤 경매해 다시 전국으로 출하한다. 자동차로 1주일 거리에 있는 티베트의 채소도 수광채소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만하다.
 

도매시장 면적은 약 3천무(60만 평)이며, 하루 경매 물량은 약 2천만 톤이다. 시장에 입고되기 전에 잔류농약검사를 거치고 입고 후 무작위 검사도 실시한다. 연차적으로 도매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 채소 운송차량에 대한 유류비와 통행료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고 한다.
 

연수단은 도매시장 앞에서 ‘한중FTA반대’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버스에 오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수막을 펼치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구호를 외치던 우리는 그들의 눈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 수광채소도매시장 입구에서 회원들이 ‘한중FTA반대’ 구호를 외쳤다.  

 

 

산둥성 수광채소도매시장(壽光蔬菜批發市場)
 

실명제 거래의 도입ㆍ운영을 통해 시장의 신용 경영을 촉진하고 채소의 품질 안전을 보장하며 시장의 브랜드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이곳에서 장기간 시장경영에 종사하는 4000여 개의 고정 도매상 80%가 채소의 실명제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각 채소판매상의 위쪽에 영업자 성명 혹은 그 등록상표를 걸어두어 누구나 판매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시장의 신용 경영과 제품의 품질안전 보장 실천을 통해 채소생산농가와 소비자 간에 신뢰의 가교를 구축할 수 있다.

매일 이 시장에서 거래하는 모든 채소는 반드시 산지검사측정합격증명을 제출하고 거래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일반 검사를 실시하여 검사측정에 불합격하면 시장 판매를 불허한다고 한다.

이곳은  ISO9000 국제품질체계인증과 녹색시장인증 획득하고 시장 내 10만㎡의 교역서비스홀과 온실을 마련하고 냉동, 저장, TV감시제어, 전자은행, 고객서비스센터 등 부대 서비스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 《진도군 농민회 중국 산둥성 농업연수 보고》는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 《진도군 농민회 중국 산둥성 농업연수 보고》는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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