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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06년08월30일 00시00분 ]

월급 생활 하는 사람들이 휴가를 받아서 더위를 피하느라 곳곳의 해수욕장이 미어터지고 계곡마다 사람 숲을 만들면서 휴식을 할 동안에도 농사꾼들은 오히려 더위와 힘겨루기를 했다.
고추밭 고랑에서, 대파밭에서, 논바닥에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사꾼은 봄여름에 바빠야 가을에 볼 일 있다" 는 엄연한 순리를 따랐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면서 물은 주지 않고 무식할 정도로 힘자랑만 하던 더위가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는 꽃에도 향기 남아있듯 더운 기운은 아직까지 펄펄하니 살아서 사람을 녹초로 만들고 있는 8월 하순에 겨울배추 파종을 한다.
밭농사 자체가 여성노동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배추 또한 아낙들의 땀을 먹으면서 싹을 틔운다.
햇빛을 70% 정도 가려주는 검은색 차광망을 비닐하우스 위에 씌웠다하더라도 그 안에서  근육을 써서 포트에 상토를 담고 씨앗을 넣다보면 1시간도 채 못 돼서 몸에서 쉰내가 나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무안하고 미안하다가도 몸뚱이 움직여서 일하랴, 살갗을 뚫고 나오는 땀을 닦아내랴 정신을 팔다보면 몸뚱이에서 풍기는 냄새쯤은 잊고 만다.
"국이 뜨거믄 뜨겁다고 눈꼬리 세우고 약이 쓰믄 쓰다고 샛부닥 톡톡 참시로 있는 까람 없는 까람을 다 부린당께에!"
"뜨건 것을 뜨겁다고 하고 쓴 것을 쓰다고 하는데 뭣이 어쨌다고 그케도 민 소린고?"
"워따아! 모르는 소리 말쇼오.
손부닥으로 하는 일은 ?공알 같이 함시로 까람을 부려싼께 늙어갈 수록 인자는 뉘난당께에!"
땡볕 더위 때문에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들에서 일과 씨름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차려주는 밥도 먹기 싫게 기력이 없다. 
그런데도 같이 사는 영감은 여자와는 다른 것 달고 있다고 밥상은 앉은자리에서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여성적 자의식이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다.
밥 짓고 빨래하는 일들은 여성 자신의 고유영역인 줄 알고 70년 가까이 습관처럼  처리해왔지만 그 무거운 세월의 무게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던 인간적 주체의식이나 자의식은 어느 순간에는 고개를 들게 마련인 것이다.
"딸이나 매누리한테 밥 얻어먹을라믄 아침 한 끄니는 굶어야 하드랑께.
이 낫살이 되믄 밥심으로 사는데 끄니는 못 굶겄고 젊은 것들한테 밥상 올려 받침시로 사는 것이제에!"
"을마나 갈쿠질을 할라고 그 많은 돈을 뿌려감시로 국회의원을 하까? 먹어도 너머 많이 먹은께 볼가지 먹은 감맹키로 국회의원 단추가 중간에 토-옥! 떨어지는 것이여어!"
"내 밥 내가 먹고 사는 것인데 내집 구석 일을 넘한테 맽겨서 뭔 살림이 될 것이라고 심 씨다는 너므 장단에 꾀춤 추고 있으까이?"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입으로는 TV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토대로 담론과 평론을 만든다.
한 이불 속의 영감을 비롯해서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의 전시작전 통제권에 이르기까지 소재와 주제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여인들의 수다와 담론을 들으면서 그 동안 휴면상태에 있던 배추 씨앗은 잠을 깨고 싹을 틔워서 세상의 이치에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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