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FTA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공표했듯이 '경제+정치+외교안보+군사적 포괄협정'으로 이제까지 미국이 추진해온 9개의 FTA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략적 통합 FTA다. 평택에 285만 평에 달하는 통합기지를 건설하고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려는 군사전략과 연결된 한미FTA가 중국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것임이 틀림없음에도 미국이 이렇게 초강수를 두는 것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2008년 올림픽 이전에 확실하게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 하에서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의 가장 강력한 교두보로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일방적으로 요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사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언제나 ‘자유무역’과 ‘개방’을 외쳐왔지만 실제로는 지구상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전통이 가장 오래되고 강한 나라다. 호주와 FTA를 체결할 때도 농산물에 대해 호주는 즉각 개방했음에도 미국은 18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정에서도 슈퍼 301조와 같은 관세장치를 철폐할 용의가 전혀 없음을 이미 확고하게 표명한 바 있다. 지난 3월 초 롭 포트먼(Rob Portman) 미국 무역대표는 미 의회에 ‘한국 안에서도 미국 자본과 기업에게는 미국 국내법이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는 서신을 보냈다.
이처럼 미국의 일방적 의도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중국의 추격을 벗어나려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의 FTA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을 미국식 스탠더드에 맞게 통째로 변화시키는 것이 이번 한미FTA의 실제 목표라고 선언했다. 그간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끌려온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미FTA는 결국 경제와 정치와 군사안보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게는 유리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불리한 방식으로 체결될 것이 분명하다.
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가?
"120개의 FTA 가운데서 미국식 FTA는 9개에 불과"
정부는 FTA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라고 주장한다. ‘05.7월 현재 WTO에 통보된 180건의 지역협정 중 96년 이후 체결된 것이 120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 미국이 체결한 FTA는 9건에 불과하다. 같은 FTA라도 다 같은 FTA가 아니다.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유럽식’이나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맺어지는 ‘남-남식’ FTA가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이라면 미국식 FTA는 자본과 투자자의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상대국의 보호 장벽을 깨는 동시에 미국의 보호주의는 철저하게 유지하는 모순적인 일방주의적 협정이다. 이런 점에서 'FTA가 대세'라는 표현은 '어떤 FTA가 대세'인가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숫자상으로 보아도 120개의 FTA 중에서 9개에 불과한 미국식 FTA는 결코 대세가 아니다.
최근 세계은행(IBRD)조차도 미국식 FTA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미국)가 투자유치국(한국) 정부를 제3의 기관을 통해 제소할 수 있는 등 미국에 유리하고, 협정 상대국에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는 사항들 투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는 주로 미국 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나 투자협정(BIT)을 근거로 개도국 정부를 제소하는 곳으로 제소자는 모두 초국적 기업이고, 제소를 당한 38개국은 아르헨티나, 멕시코, 루마니아를 비롯한 하나같이 개도국이다. 물론 미국은 한 건도 제소되지 않았다. 캐나다조차 미국 업체의 가솔린 첨가제가 해로워서 수입 금지를 하려다 제소당해 벌금만 1천만 달러를 물고 금수조처를 철회했다.
미국식 FTA의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현재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FTA 협상은 도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가 ‘농업분야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반발해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고, 3월에는 ‘아랍계 국가에 미국의 기간산업을 넘길 수 없다’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조치에 반발해 아랍-에미리트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카타르가 ‘무리한 요구를 강제한다며’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고, 5월 중순에는 반대로 에콰도르의 자국산업 보호조치에 미국이 반발하며 FTA 협상을 중단했다. 이야말로 미국과의 FTA가 대세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왜 지금 한·미FTA여야 하는가?
“미국의 경제 속국을 제외하고는 미국과의 FAT 기피”
정부는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대한(對韓) 최대 투자국이고,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판가름하는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리고 있는 수십 개의 OECD 국가들은 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을까? 상식적으로도 세계 최강국과 관세?비관세 장벽을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FAT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전 세계 15개국에 불과하며, 그 가운데 한국에 비견할 만한 경제규모를 지닌 나라는 멕시코와 캐나다, 호주 정도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들은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파나마 등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는 경제소국들이다. 또 멕시코, 캐나다, 호주의 경우도 지정학적 이유로 본래 미국 경제권에 속해 있던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미국과의 FAT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미 공개된 바와 같이 2003년 정부의「FTA 로드맵?에서는 한미FTA가 가장 마지막 순위로 잡혀 있었다.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에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해 가을부터 정부는 갑자기 한미FTA를 추진하겠다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6개월도 안 되어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기습 발표하고 올해 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혹 떼려다 오히려 혹 붙이는 격이 될 한미 FTA를 왜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려 하는 것일까? 정부는 이제까지 국민 다수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된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점이야말로 희대의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실물 경제상으로 살펴서 수지가 맞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모든 부문에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의 국익을 위해 한미FTA는 필수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남용 기자 kny@jindo.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