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이나 연못의 얕은 물에서 자라는 물달개비라는 식물은 생김새가 예쁘장하다.
태어날 때는 방동사니처럼 뾰족하게 잎을 내미는데 크면서 둥그스름한 세모꼴의 잎 모양이 된다.
매니큐어를 바른 듯 윤기가 도는 잎을 키우다가 8~9월에는 보라색 꽃이 핀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달개비나 물옥잠은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는데 물달개비는 부끄러운 듯 꽃잎을 다 열지 않는다.
자그마한 체구에 다리선 까지 곱상한 여자가 짧은 치마입고 경쾌하게 걸으면서도 웃을 때는 겸손하게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다.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 같은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제 나름의 매력을 풍기는 식물이 벼가 자라는 논바닥에서 태어났다면 농부에게는 그야말로 웬수가 된다.
벼더러 새끼 치라고 거름을 해주면 벼보다 빠른 속도로 거름을 먹어치워서 벼는 새끼치기는 고사하고 본 포기마저 영양섭취를 못해서 잎을 누렇게 보이면서 배고프다고 농부한테 투정을 부린다.
설움에 살찌고 근심에 살 빠진다는 사람 사는 이치처럼 농부에게 구박받는 물달개비의 생명력은 그악스럽다.
더구나 물달개비가 논바닥에 깔려 있으면 타작할 때도 콤바인 날에 걸려서 콤바인 고장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농부들은 물달개비가 잎을 5장 만들기 전에 너 죽고 나 살자고 물달개비와 싸운다.
남의 생존권을 침범해서 살을 쪄가는 제국주의 생리를 닮은 듯한 물달개비는 벼와 상생이 어려워서 이제 투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올 봄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칼로스라는 미국쌀이 우리의 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겸손한 가격의 칼로스가 국산 쌀로 둔갑해서 식당에서 소비자를 우롱하기도 하고 떡이 되어 우리들의 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를 비롯한 국정홍보처, 재경부, 농림부까지 총동원되어서 한미FTA를 측면 지원하는 홍보를 해대고 있단다.
"한미 FTA 대한민국의 날개가 될 것입니다!", ‘FTA, 변화는 기회다’ ‘알기 쉬운 FTA 농업협상’ 이렇게 분단장을 하고 달착지근하게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부모 자식간에 대화하는 시간보다 훨씬 밀착되어 있는 TV, 라디오, 신문을 통해서 38원이라는 예비비를 써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칼로스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것이니 더 이상 의심일랑 접어두고 편하게 혀를 내밀어서 칼로스를 즐기라고 상냥하게 권유한다.
물달개비가 겸손하고 수줍게 웃으면서 논바닥을 점령해가는 모습을 농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부지런한 농부는 물달개비가 어렸을 적에 뿌리 째 뽑아서 없앨 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