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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06년08월17일 00시00분 ]

며칠 전 아직 꺾일 줄 모르는 한낮의 땡볕을 가르고 고군면 내동리 왜덕산을 다녀왔다.
왜덕산은, 정유재란 명량대첩에서 이순신장군이 이끄는 수군에 의해 죽은 일본수군의 시체가 마을 해변에 떠밀려 오자 마을 사람들이 시체를 모아다가 내동리 양지 바른 쪽에 공동묘지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서 왜덕산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오는 8월15일에 일본인들이 진도를 방문 그 왜덕산 성묫길에 오른다. 그들은 명량대첩 때 전사한 선조의 무덤일 가능성을 품은 유족들과 히로시마 수도 대학생 등 21명이다. 진도에서도 뜻있는 몇 사람이 그들의 성묫길을 안내할 계획으로 사전 답사를 한 터다. 어찌 생각하면 적군의 성묫길을 안내를 하는 것에 대하여 좋지 않은 시선이 꽂힐 수 있다.
최악의 전범을 모시고 침략주의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고이즈미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이 참배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나라를 비롯,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성토하는 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이라면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하는 철천지원수(徹天之怨?), 우리의 적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시체를 묻어준 마을 사람들이나 오늘 땡볕을 뒤집어쓰고 왜덕산을 찾은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 즉 침략주의를 강력히 비토 하는 내가 적군의 묘를 찾았던 것이며, 당시 이순신장군이 이끄는 수군을 돕기 위하여 치맛자락에 돌을 주워 날랐다는 아낙네들이 떠밀려 오는 적군의 시체를 해변에서 모아 묻어주었다는 것은 대단한 이율배반이다. 이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그러나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자. 또 다른 침략근성을 드러내는 정치적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비록 적군이지만 그 시체를 묻어준 진도인의 성품은 다르다.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진도의 왜덕산은 성스러운 산으로 각인시켜질 것이다. 실제 일본의 히로시마 신문엔 성스러운 왜덕산과 고마운 진도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전범을 숭상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죽은 자의 무덤을 찾아 성묘하는 적의 후손들, 그리고 진도인이 주인 의식으로 함께 해주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 국가적 정치적 차원과는 별개의 인도주의 정신의 표본이다.    
그러므로 침략주의 부활을 원하는 일본의 야욕을 성토만할  것이 아니라,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범우주적 파괴와 살생임을 말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으로 평화를 부르짖어야 한다. 그것이 전쟁 없는 세계 평화를 꿈꾸는 인도주의 정신이다.

그러나 우리 진도가 일본인 성묘단을 맞이해야 하는 보다 중요한 것은, 진도인의 숭고한 인도주의와 함께 지난 역사를 진도의 관광문화로 승화 시킬 수 있음이며 어떤 명목으로라도 전쟁이 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교육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도 있음이다.
덧붙이는 것은, 어떤 시군은 없는 전설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센 판국에 비록 적군이긴 하나 불귀의 전사자가 고향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변 야산에 묻었다고 전하는 마을 노인(80세 이기수씨)이 살아계시므로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증언으로 큰 자원인 터,  군청 관계자께서 DNA 운운했다는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스도의 사랑 정신이나 불교의 자비심이 넘치는 진도의 품으로 보듬어 싸안음으로써 평화를 노래하는 진도이기를 원하며, 남쪽 섬에서 불붙은 세계평화 실천이 범우주적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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