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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06년08월01일 00시00분 ]

아이가 이유식을 끝내고 숟가락을 들기 시작하면서 뭐든지 “내가 할꺼야!!” 하던 때, 그러니까 물을 입으로 흘려 넣기 전에 이미 한 컵 엎지르고 숟가락질을 거름일 하듯 해서 밥상 앞에 앉은 식구 모두를 긴장하게 했던 시기였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자꾸 달라고 해서 감췄더니 좋아하는 껌을 감추기라도 하는 줄 알고 두 다리 뻗대고 서럽게 울어대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초코렛이나 껌이 아닌 쓴맛임을 알면 다음에는 사정해도 안 먹겠지 싶어서 맥주를 따라줬다. 웬걸! 우유보다 더 맛있게 꿀꺽꿀꺽 마시는 폼이 술꾼이 해장술 달게 삼키는 모양새였다. 그러더니 얼굴은 발그레한 채 이내 실실 웃음을 흘리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무지하게 좋아져서 어찌할 줄 모르고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달리기만 했다.
요즘의 참깨 꽃이 그 모양을 닮았다. 더 이상 깨끗할 수 없는 흰 바탕에 연분홍 색깔을 살짝 물들인 채 바람결에 따라 까불거린다. 가만 들여다보기만 하기에는 아쉬워서 손가락으로 툭! 건들어 보고 싶게 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제 땅내 맡아서 한 걱정 덜어줄까 싶던 어린모들이 이제는 장성한 청년 같기도 하고, 이른 종자는 배를 댕댕하게 불려서 큰 벼슬하고 있는 산모마냥 고개가 뻣뻣하다.
무작스럽게 비를 퍼붓던 장마를 잘 견딘 대파는 눈길 한 번 던지고 지나치는 나그네의 마음까지 안정시켜주지만 땅심이 얕은 곳의 대파는 심을 때 보다 더 오그라들었거나 아예 빠진 이빨처럼 휑하다. 빠진 이빨 사이로 말이 새듯 그 집구석의 생활도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얼음 같은 바람이 휭휭 들락거리리라.
고추도 이미 판가름이 난 것 같다. 역병에 시달리고 있는 밭은 폭탄 맞은 꼴새다. 고추나무는 아파 죽었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기라도 했지만 고추를 심었던 농사꾼의 심사는 여전히 폭탄의 화염에 싸여서 숨이 컥컥 막히고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식량들이 자라고 있는 논두렁 밭두렁에는 장마 통에 물외 크듯 너무도 당당하고 씩씩하게 개망초들이  메밀꽃을 흉내 내느라 흰 물결을 만들고 있다. 먼발치에서 보면 영락없이 메밀꽃의 손짓이다.
식량과 잡초 사이에 낀 농사꾼들은 짐차마다 농약통을 업고 다닌다. 비가 갰어도 농약을 하지 못해서 농약통보다 큰 불안을 업고 다니기도 할 것이고, 농약을 뿌리자마자 비가 와서 헛수고했기 때문에 진짜 수고를 준비하고 있기도 할 것이다.
200말의 농약통에 비할 수 없이 무섭다 못해 소름끼치게 농사꾼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무역이라는 포장지가 꽤나 유혹적이고 화려하다. 자유무역이라면 화끈하게 같이 깨 벗고 자유롭고 공정하게 무역을 하자는 것이지만 소프트웨어, 연예, 의약산업이나 지적저작권에 해당되어 진짜 돈 되는 부분은 갑옷에 투구까지 씌워서 보호주의적 제한을 철옹성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미국이다. 그러면서 우리한테는 가리는 것 없이 팬티도 다 벗어야 한다고 게다가 생가죽(농업)까지 찢어내고 폼 나게 겨루자는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한·미불공정무역협정이란 표현으로 바뀌어야 함을, 원칙도 없고 공정치 못한 씨름판은 엎어야 한다고 되씹으면서 .... 농약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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