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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2월13일 22시47분 ]
 
정월 대보름, 굴포당제에서 빛난 ‘고산 윤선도 정신’
4개 마을 주민들, 쌀 거출해 ‘고산쌀떡’ 빚어냈다
굴포항 시설개선, 용등초등학군 발전 방안 축문에 담아
축제 없는 임회면,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 가능성 보여

정월 대보름인 2월 5일 오전 10시, 임회면 굴포리에서는 당제와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가 함께 열렸다. 

기존 굴포리 주민들로 구성된 굴포당제보존회(회장 김병문)뿐만 아니라 신동・백동・남선 등 4개 마을 주민들의 발전협의회가 창립되어 행사를 공동주관하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각 마을에서 쌀을 거출해 떡을 만들었다. 굴포 원뚝을 축조해 진도군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해 준 고산 선생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특별히 ‘고산쌀’로 떡을 빚은 것이다. ‘고산쌀떡’은 행사장에서 일부 음복하고, 4개 마을이 골고루 나눠갔다. 

고산 선생의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굴포 갯논에서 4개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튼실하고 찰진 쌀을 생산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떡을 시식해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담백하고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도군에서 세시풍속 지원사업비로 150만 원과 일부 음향장비를 지원했다. 행사 규모에 비해 사업비는 적었지만, 주민들과 후원 단체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으니 대보름 달덩이 만큼이나 풍성한 축제가 되었다. 

해남윤씨종친회와 녹우당문화예술재단에서 후원했고, 임회민속놀이전수관・진도소포걸군농악보존회에서는 풍물패와 대보름 물품을 지원했다. 진도방문주연구소(박주형)에서 진도에서 전통적으로 관혼상제 의례에 쓰였던 ‘진도방문주’를 제주(祭酒)로 후원했다. 


▲풍물패가 할아버지당제를 마치고 마을 공동샘터로 와서 샘굿을 하고 있다. (사진=해랑)

굴포당제, 공동체문화 복원과 주민 화합 의지 돋보였다
할아버지당이냐, 할머니당이냐, 추모제냐, 감사제냐 논란 있었지만, 
당제가 갖는 상생과 해원 정신 통해 축제로 거듭나
 
오전 10시부터 굴포마을회관에서 들당산굿이 시작되어 윗당인 할아버지당에 가서 당제를 지냈다. 제관으로는 마을주민인 강대홍씨와 박기이씨가 나서고, 남선 김범호 이장, 신동 양동준 이장, 백동 양춘완 이장, 양윤성 노인회장이 집사로 제를 진행했다. 김병문 굴포이장은 당제를 총괄했다.

제관은 축문에서 “당할아버지께서 올해도 우리 마을 모든 가정이 화목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실 것을 바라옵니다”라며 마을의 화평과 발전을 기원했다. 

윗당 당제가 끝나자 샘거리로 이동해 샘굿을 했다. 현재 굴포 윗마을 샘은 터만 남아있고, 아랫마을은 형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우물을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풍물패 집사는 마을 공동샘이 다시 복원되기를 바란다는 비손을 했고, 풍물패는 생명의 원천인 샘물이 치솟아오르기라도 한 듯 신명나게 풍악을 울렸다. 


▲제관들과 풍물패가 굴포 삼거리 거리제청에서 거리제를 지내고 있다. 거리제에서는 풍농과 풍어를 기원했다. 

풍물패와 주민들은 굴포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초입 삼거리에서 거리제를 지냈다. 예전에는 윗당-아랫당제를 먼저 지내고 맨 마지막에 거리제를 지냈으나, 행사여건을 고려해서 거리제를 중간에 지내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거리제에서 제관은 “천지신명님, 용왕님, 주민들은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을 극복했고, 경제위기와 코로나도 힘을 합쳐 이겨내고 있습니다. 우리 네 형제 마을 주민들이 무사태평, 풍농풍어, 대동화합할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시옵소서”하며 축원했다. 

거리제가 끝나자 풍물패와 주민들은 김병문 굴포이장의 안내로 2년 전부터 마을에 터를 잡고 다육식물농장을 시작한 쮸불리다육이 농장으로 가서 터밟기를 했다. 풍물패는 안마당에서 성주굿을 하고, 새로 신축 중인 다육식물 온실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다육식물원이 되도록 기원했다. 

풍물패와 주민들은 다시 고산 선생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굴포리 102번지로 가서 문굿-성주굿 마당밟기를 했다. 고산 선생 기거지에는 당초 있었던 고택이 6・25전쟁 당시 불에 타버려 지금은 허름한 농가주택이 들어서 있다. 2018년 10월, 네 개 마을에서 공동으로 ‘고산 윤선도 선생께서 머무르신 집터’ 표지석을 세웠다. 

마당밟기를 마친 풍물패는 굴포 삼거리를 지나 할머니당으로도 불리는 고산사로 향했다. 막 삼거리를 지나갈 때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달려와 수문에서도 당굿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전에는 수문에서 제를 올렸다는 것이다. 풍물패와 주민들은 윤고산둑 배수관문 앞에서 ‘올해도 홍수 피해 없이 풍어와 풍농을 이룰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실 것’을 기원며 삼배를 올렸다. 


▲고산 윤선도 선생이 조선 후기 이 집터에서 기거하며 굴포 원뚝을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한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
축문에 굴포어항발전 등 4개 마을 숙원사업 담아

오전 11시경, 풍물패와 주민들이 고산사 앞에 도착하니 지역 인사들과 해남윤씨종친회에서도 150여 명 가량 당제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정치인으로는 윤재갑 국회의원, 김희수 진도군수, 김인정 도의원, 박금례 의원, 주만종 의원, 김춘화 의원 등이 참석했다.  

풍물패가 고산사로 들어가 후원을 한 바퀴 빙 돌고 앞뜰에서 당굿을 친 다음, 제관들이 제주를 올리는 것으로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가 시작되었다. 

이번 굴포당제에서는 진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관혼상제 의례에 쓰였던 ‘진도방문주’를 제주(祭酒)로 올렸다. 진도방문주는 전남 무형문화재 진도홍주 보유자였던 고 허화자 선생의 조카 며느리 박주형 선생이 주조법을 이어받아 되살려낸 진도의 전통주이기도 하다. 특히 진도향교에서 직접 주조해 제례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관은 “선생님께서는 굴포 갯벌에 둑을 쌓으시고, 드넓은 농토를 조성하여 진도군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우리 군민들은 선생님의 은덕을 잊지 못해 자손 대대로, 공경과 정성을 담은 술과 음식을 올리오니 부디 흠향하여 주십시오”하며 예를 올린 뒤, “고산 선생님께 저희 4형제 마을의 새해 소원을 올리옵니다. 굴포는 현대적인 어항시설이 절실하고, 신동은 신동저수지를 확장해야 하며, 백동은 국도공사 무사고와 마을하천 정비가 필요하고, 남선은 정주 환경 개선이 시급합니다. 가뭄에도 걱정 없이 농사 짓고 살 수 있는 수리시설 확충은 4형제 마을주민 모두의 소원입니다”라며 독축을 마무리했다. 


▲2월 5일 오전 11시경, 풍물패가 고산사 앞에 도착해 당맞이굿을 하고 있다. 이 날 풍물패로는 진도소포걸군농악보존회와 임회민속놀이전수관 농악대원 45명이 참여했다. 

이번 감사제는 ‘굴포당제보존회’와 ‘굴포・신동・백동・남선마을발전협의회’ 공동주관 행사였기 때문에 그 동안 해남윤씨종친회에서 진행했던 식순에 비해서는 간소화되었고, 예전 굴포당제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했다. 

해남윤씨종친회 진도지회 윤정현 사무국장은 “원래 굴포당제는 이곳 주민들이 수백 년 스스로 지내왔던 전통이었지만 80년대 배중손 장군 성역화가 추진되면서 관과 특정 종친회가 주도하게 되었다. 2003년 대법원 조정 결정이 있었고, 20여 년만에 진도군의 합의 이행으로 다시 주민들이 당제와 감사제를 모시게 되었다. 올해 당제를 계기로 네 개 마을 발전협의회까지 구성되었으니, 앞으로도 이장님들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진도에 얼마 남지 않은 당제를 보존하고 지켜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재갑 국회의원, “진도군민들의 발전방안, 적극 추진하겠다”

이 날 도시권 순회 일정이 있었는데도 굴포를 찾은 윤재갑 국회의원은 “굴포당제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온 데는 진도군민 여러분 그리고 굴포를 비롯한 네 마을 주민들의 헌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국회에서 굴포항과 같은 어촌, 신동과 백동, 남선마을과 같은 농촌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도 진도 도명과 동육항에 각각 50억 원씩 신활력증진사업 100억 원을 확보하는 등 큰 성과도 있었다. 굴포항도 지방어항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제안하고 있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저를 믿고 응원해달라”고 밝혔다.  


▲2023 굴포당제-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에 참석한 윤재갑 국회의원과 김희수 진도군수. 

김희수 진도군수도 주민들과 자유롭게 오간 대화에서 “고산사 공용화장실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당장 해결할 수 없다고 들었다. 다만, 이곳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좋은 해결 책도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굴포신동백동남선마을발전협의회(회장 김병문)는 지난 1월 20일 창립총회를 갖고, 굴포어항 현대화, 윤고산둑・고산사 문화재 추진, 고산둑 둘레길 조성, 들녘 수리시설 확충, 구 용등초등학교 활용 도농교류사업 추진, 굴포권역 농어촌체험산업 추진 등 공동체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3 굴포당제-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 관련 영상

1편 : 당맞이굿-질굿-할아버지당제
2023 굴포당제-고산윤선도선생감사제 1편 - YouTube 

2편 : 샘굿-거리제-마당밟기
2023 굴포당제,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 2편 - YouTube


3편 : 질굿-수문굿-당맞이굿-감사제-뒤풀이
2023 굴포당제, 고산 윤선도선생 감사제 3편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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