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회여성농악보존회의 장성천류 진도북놀이
10여 년만에 진도향토문화회관 공연
임회여성농악 회원들은 장성천류 진도북놀이 공연
지난 4월 21일 오후 2시,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토요민속여행 무대에는 조금은 낯선 얼굴들이 등장했다. 군립예술단의 민요와 판소리, 단막창극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청저고리에 흰색치마를 입은 칠팔십대 여성들이 진도북을 치며 진풀이를 시작했다.
삼채를 치며 물방울진을 그리고, 굿거리로 넘어가며 짧은 맺음과 긴 맺음으로 북가락을 다듬이질하더니 다시 삼채 장단을 치며 옆치기, 미지기와 같은 가락놀이로 흥을 달궜다. 진풀이놀이를 끝낸 치배들은 오방진을 치며 난장을 연출하고 휘모리로 마무리했다.
현재 활동하는 열세 명의 회원 가운데 이가심(쇠), 곽수자, 김순심, 박옥순, 조덕진, 김장가, 박영예, 박봉단 등 여덟 명이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회원들은 한 달여 전, 군립예술단 김오현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고심 끝에 공연 참여를 결정하고, 월요일과 토요일 연습을 해왔다. 김 감독은 “임회 여성북이 진도북놀이의 원형을 가지고 있으니 잘 살려야 한다. 연세들이 있으시고 전문인들처럼 잘할 수는 없어도, 민속적인 원형이 살아있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농악 회원들을 설득했다.
진도북놀이는 1987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었고, 장성천·양태옥·박관용 명인 등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다.
장성천 명인(1923~1993)은 1984년 2월, 진도관내의 설북수들과 임회여성농악보존회(1971년 창립·회장 한동심)의 여성들을 모아 진도북춤놀이보존회를 창립했다. 보존회 결성의 큰 목적은 민속경연대회 출전 등 대외활동을 통해 국가 문화재로 지정받는 것이었다.
당시 남성 설북수들은 ‘설북춤’으로 무대보다는 주로 풍장굿·장굿 등 농악대와 난장에서 활동했다. 광주와 목포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히 활약하던 양태옥 명인과 박관용 명인은 설북춤으로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반면 석교와 십일시 등 임회여성들이 중심이었던 임회여성농악단은 장성천 명인의 지도로 농악과 군무가 결합된 형태의 ‘여성북놀이’를 무대 공연화했다. 이때부터 진도북춤놀이보존회의 대동 북춤놀이 공연 외에도 여성농악만의 북춤놀이 공연이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진도북놀이가 1987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장성천류 진도북놀이의 원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진도북이 ‘진도북춤’이 아닌 ‘진도북놀이’라는 명칭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도 세련된 춤사위보다는 군무로 투박하게 연행되는 놀이적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도잡가 예능보유자인 강송대 선생은 임회민속놀이전수관으로 찾아와 “왜 이제야 밖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젊은이들처럼 달리지는 못해도 이 여자들의 북은 깊고 진한 맛이 있다. 원조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외면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북을 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회여성농악보존회 회원들은 매월 말일 십일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음식거리를 장만해서 계모임을 연다. 올해는 지역 청년예술단체에서 운영하는 마을학교와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주 1회 모임을 갖고 있다.
<임회여성농악보존회 회원>
한동심(회장), 이가심, 김복례, 김정자, 전진덕, 곽수자, 김삼당, 김양임, 조경옥, 강순애, 장화심, 김주옥, 임남심, 박봉단, 박영예, 박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