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9일, 십일시주민들이 제주송전선로 반대 집회를 마친 후 마을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최근 임회면 장구포리 주민 김모씨 외 18명에게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잇달아 소송비용액확정최고서(2016아19)와 신청서가 배달되었다. 소송비용 총 부담액은 1,703,340원으로 각자 89,650원씩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법원 우편을 받은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2011년 3월, 제주송전선로 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공사 현장 투쟁뿐만 아니라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통해 제주송전선로를 저지하기로 결의하고 최재천 의원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한강에 소송을 맡겼다. 비록 1심에서 패소하기는 했지만 내용을 보완해 항고하기로 한 상태였다.
당시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반대활동에 나선 주민들에게는 형사고발과 재산압류 등이 강제되었고 집행부 주요 인사들에게는 수백만 원의 벌금이 청구되기도 했다. 대책위와 주민들은 수년 동안의 투쟁으로 정신적으로 지친데다 생업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차츰 협상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진도읍 지중선로 경과지 주민들이 시공업체측과 보상 합의를 하면서 임회면에서도 투쟁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이때 진도군의 중재로 제주송전선로반대대책위와 한전․LS전선 등이 모여 대타협을 하면서 대책위는 소송을 취하하고 보상 등의 협의를 하는 대신 진도군․한전 등은 대책위와 주민들에게 걸어놓은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모두 풀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진도군수, 국토해양부장관, 한국전력공사 대표를 상대로 낸 <도로점용허가처분무효확인등>(2011구합1054)의 소에 대한 항소를 철회했고, 경과지 마을별로 보상협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단위에서는 주민들 간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했고, 그때의 앙금과 상처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마을들도 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진도군수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당시의 소송 비용을 강제 징수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사실에 임회면 주민들은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주민들은 지난 5월 19일, 소송비용액확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인용되지 않았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주민들에게 관련 고지가 송달되었다. 이제 진도군의 강제 집행만 남아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 규정에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고, <진도군 소송사무처리>에 ‘소송주관 부서의 장은 승소사건 또는 상대방의 소취하 등으로 법원의 승소 간주 확정 결정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을 받아 소송비용에 대한 징수 결정 및 부과를 하고, 상대방이 소송비용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 집행 등을 통해 소송비용을 회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아무리 규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지역 주민들이 공동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집단 민원을 표출시킨 상황이고, 진도군의 중재로 상호간 협의를 통해 사태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진도군수가 직접 강제 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상식과 도의에 어긋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최고장……남은 가족들 추적해 채무 통첩>
지역 주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일은 진도군이 당시 마을대표로 대책위 활동을 하던 가운데 자살을 시도해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최고장을 보내고, 송달이 되지 않자 상속인인 처와 자식들에게 채무 지급을 신청한 것이다. 고인의 부인에게 38,420원, 두 자녀에게는 각각 25,610원을 신청했다.
제주송선전선로 공사와 관련된 사건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불행한 죽음으로 세상을 떠나보낸 가족들에게는 이 최고서가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다시 짓이기는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진도군 관계자는 “2015년 전라남도 종합감사에서 2010년~2015년까지 승소하거나 소를 취하한 19건의 사건에 대해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하고 소송비용을 회수하도록 시정 요구를 했다”며, “법률에 따라 진도군에서는 소송비용 회수를 위해 사건 관할 법원에 소송비용액을 확정 결정 신청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금액을 징수 결정하여 소송비용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위에서 활동하다 최고서를 받은 한 주민은 “당시 군수도 이해당사자였는데 이제 와서 진도군수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가 군수를 만나려고 여러 차례 면담 요청을 했는데, 진도군 관계자가 최고장 갔다 하더라도 군에서 강제 징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 군수님은 출장으로 진도에 없다고 해 면담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도군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도 감사에서 ‘승소사건 소송비용 회수업무 처리 소홀’ 을 이유로 시정 요구를 받은 일반승소사건에 임회면 주민들의 집단민원사건을 그대로 포함시켜 소송비용액확정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청건의 최종 결재권자는 진도군수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도 감사가 시작되었을 때 관련 실과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충분히 소명했더라면 이처럼 불편부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비용회수 건에 군수가 최종 결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반대 투쟁을 했던 주민들에게 군수가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