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김성훈 기자
조합원의 대의기관이자 최고 의결기구인 농협대의원 총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농산물 가격 하락, 판로 확대,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전략이나 활로 모색 등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합리적 의사결정기구인가?
실제 한 농협대의원 총회의 모습은 이와는 전혀 다른 실망스런 모습 뿐 이었다.
대의원들은 침묵하며 책상을 지키고 앉아있고, 직원은 일방적 강의를 진행하듯 하고 의장인 조합장은 의결에만 집중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라도 할라치면 “혼자 회의하냐, 여기가 청문회장이냐”며 말을 막는 등 몇 몇 사람의 회의진행 방해로 어떤 의견제시나 발전적 토론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누굴 위한 안건 상정이고 누굴 위한 의결이기에 직원들은 안건을 통과 시키려 심혈을 기울이고 조합원의 대표자격을 갖는 대의원들은 아무런 질문도 문제 제기도 없이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또 침묵을 깨려는 자를 막아서고 말을 막고 발언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자고 제안하고 의장인 조합장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과연 이것은 농협 대의원총회의 현주소인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관내 선진농협의 경우 대의원 총회 전 농민회 주축으로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강사를 초빙해 사전에 예산서를 검토하며 공부하면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예산서가 농협조합장과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100%반영되어 작성되었다고 전제한다면 조합원을 대변하는 대의원은 예산서에서 농민조합원을 위한 예산과 조합임직원을 위한 예산을 비교분석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사업과 덜 시급한 사업을 판별하고 유효적절한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 대의원 총회를 살펴보니 온갖 변칙이 난무했다.
미리 회의록을 대의원에게 배부해 사전에 숙지하게 하면 될 일을 회의 당일에 전기 회의록을 낭독하는 것은 시간 때우기 그리고 대의원들을 지루하게 만들어 원하는 의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의결 역시 비밀투표가 아닌 거수로 결정하는 방식은 비민주적이었으며, 예결산서나 임금 인상 등 주요 핵심 안건만 통과되면 나머진 형식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또 찬성하는 사람이 없거나 부결될 것 같은 분위기면 한 번 더 부연 설명을 하고 재 질문을 하는 등 시간을 끌어 가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의결 한 번에 수십 수백억을 좌지우지 하고 농협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결에 대해서도 대의원들의 관심은 극히 미미하게 보였다.
자유무역협정이 무한히 확대되고 있는 지금, 농협 조합원은 해당 마을 대의원의 활동 사항을 지켜보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더 나은 농협의 미래, 농민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조합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관내 농협들의 부실과 합병은 어쩌면 조합원들의 무관심에서 초래한 측면이 있다.
이미 불명예스러운 부실과 합병을 겪었다면 이제라도 악착같이 관심을 갖고 농협 발전과 더불어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권익 증진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농협대의원 총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