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도 들녘은 추수가 한창이다. 확실한 풍년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도리어 걱정과 분노로 한숨만 늘고 있다.
쌀값이 작년보다 1만 원 이상 폭락했다. 특히 검정쌀의 경우 10월3일 현재 40kg기준 40,000원 까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폭락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외상도 좋으니 수매만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농협은 물론, 민간유통업자들은 검정쌀 수매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한다. 아니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검정쌀의 폭락도 매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매입을 해도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40,000가마를 매입한 서진도농협의 경우 이미 창고를 가득 채우고 15,000가마를 야적해야 할 상황이며 진도정미소는 4곳의 창고를 가득 채우고 이미 야적된 검정쌀이 50,000가마에 이르는 실정이다.
진도군은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지리적특산품으로 등록된 “진도검정쌀”의 명성·품질 및 기타 특성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하여 품질관리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리적특산품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진도검정쌀의 명성과 품질을 보호함과 동시에 생산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또 이러한 규정을 떠나서라도 농민들을 위해서 저장 공간을 만들어 주었어야 한다.
진도정미소 이운갑대표는 “검정쌀의 폭락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농민들을 위해 가격상승을 위한 대책마련을 개인사업자가 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며 “그러나 농민들이 원하는 매입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더 이상 검정쌀을 쌓아둘 공간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이운갑대표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으면 야적이라도 감행하여 매입을 해주고 싶으나 야적을 할 경우 한더미를 덮는 비닐 등 재료값만 6~700만원이 소요되어 감당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도군에 검정쌀 유통 담당할 부서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진도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아니 대책을 내놓을 부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진도군 농업지원과 관계자는 검정쌀의 수매와 유통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는 쌀의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이며 유통은 투자마케팅과에서 알아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투자마케팅과 관계자는 “우리는 공공비축미만 관리할 뿐 검정쌀의 유통 등은 농업지원과 소관이다”고 밝혔다.
결국 농민들의 절망과 한숨에도 불구하고 진도군은 쌀 유통을 담당할 부서조차도 없다는 결론이다.
진도군농민회 관계자는 “군수의 공약이 농산물 5,000억원 소득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진도군 농업의 기본이 되는 쌀에 대한 유통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는 진도군이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암담할 뿐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야적재료비 보조 통해 발등의 불은 꺼야
올해 진도군에서 생산된 검정쌀은 벼 40kg기준으로 257,000가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전국 검정쌀 80%를 유통하고 진도군에서 생산되는 검정쌀을 대부분 매입하는 진도정미소가 현재까지 80,000가마를 직접 매입했고 서진도농협이 40,000가마 정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농협은 검정쌀에 대한 매입계획이 없고 진도농협은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까지 매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계산으로도 아직 판매를 하지 못하고 농민들 손에 남아 있는 검정쌀이 13만가마 이상이 남아있다.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이제 진도군이 나서서 저장 공간을 만들어 줄 방법은 없다.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진도검정쌀의 품질관리를 위해서 야적은 부적절한 방법이다. 곧 미질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검정쌀 판매를 위해서라도 당장 저장 공간은 만들 수 없지만 차선책으로라도 검정쌀 야적에 필요한 비닐과 파레트 등 필요 자재 구입을 보조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진도군관계자는 “야적을 하면 검정쌀의 미질이 떨어지므로 진도군에서 보조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야적이라도 할 수 있어야 검정쌀을 매입해 줄 수 있는데 야적을 위한 재료비 부담 때문에 매입을 할 수 없다는 업체, 검정쌀에 대한 지리적표시제만 해두고 아무런 지원도 품질관리도 외면하고 급기야 비상시국에 야적을 위한 재료비 보조 역시 미질이 떨어진다며 거부하는 진도군.
자식처럼 키운 검정쌀을 판매하지 못하고 쌓아놓은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대답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진도읍 거주 A모(49,남)씨는 “검정쌀의 가격폭락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판매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진도군의 의무 아니겠느냐”며 “업체와 진도군이 머리를 맞대고 오직 농민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