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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06년05월10일 00시00분 ]

진도군의 미래지향적 정책들이 모두 현재의 문제들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진도군을 전국 최초로 ‘노인 공경군’으로 선포(2004년 10월 6일)한 것은 우리나라 전체 평균보다 23년이나 앞서 초고령사회가 된 진도군의 현실에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언문을 들여다보면,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풍토 조성, 효(孝)라는 미풍양속 계승․발전, 무너져가는 경로효친의 윤리관과 도덕성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제3기 집행부에서 제시한 노인 공경 운동의 핵심은 ‘노인복지사업’이다. 이에 따라 노인복지회관 건립과 전문요양시설 유치, 그리고 각종 복지 프로그램이 이 사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 고령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향후 2018년에는 ‘고령사회’(14.8%)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6년에는 20.8%가 되어 ‘초(超)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1990년에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9.0%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 2000년에는 14.7%로 이미 ‘고령사회’가 되었다. 2004년 시·도별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전라남도가 14.9%로 가장 높았고, 진도군을 포함한 총 35개의 시·군·구가 이미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여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복지사업의 내용이 ‘노인 공경군’의 선언적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도군이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복지사업들은 중앙 정부의 복지정책과 중복되어 있고, 인근 자치단체에서도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 공경군’이라는 슬로건은 선포의 동기와 목적과는 관계없이 진도군의 이미지를 정적․관념적으로 각인시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효(孝)사상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민족 고유의 미덕이다. 전통적 가치관과 서구의 합리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효(孝)사상은 우리가 지켜내고 전승해야 할 정신적 자산이다. 초고령사회인 진도군에서 ‘효’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당위성으로 시대적 효용성의 범위까지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효’는 어디까지나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위적인 구호는 민주화 이전 사회나 군대조직, 특수한 교육집단에서 교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지방자치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다. 보편적이고 도덕적 가치관인 ‘노인 공경’의 정신을 지역 공동체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게 되면, 효용적 가치가 있는 현실적이고 획기적인 정책들을 하위 범위로 규정하는 모순을 가져온다. 실제로 진도군의 비전이 담겨 있는 주요 정책들이 ‘노인 공경군’이라는 슬로건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변화의 새물결! 활기찬 새신안!”, “우주항공 중심도시 고흥”,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찬 해남!”, “미래로! 세계로! 장성!”과 같이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은 그 지역의 발전된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역동적인 슬로건은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정책들을 이끌어내고, 정책 집행부나 주민들에도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 슬로건 하나에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전 제시’와 ‘주민 통합’이라는 슬로건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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