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팽목항,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57)와 누나인 이아름씨(26)는 세월호 모형을 실은 수레를 끌고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까지 500킬로미터를 30만 번 이상의 절을 하며 걷는 삼보일배는 올 6월이나 7월쯤 목적지인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 2월 23일 오전, 삼보일배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망바닷가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현재 진도읍-군내면 구간을 지나고 있다. 평균 4km 행진을 하고 있는데, 날씨나 도로 여건 등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
하지만 멀리서 소식을 듣고 밤새 찾아와 함께하거나 음식과 숙박을 지원해 주는 진도 주민들이 있어 이들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한다. 경찰에서도 팽목항에서부터 줄곧 안전 행진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삼보일배를 무모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호진씨는 “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이 다 돼 가는데 사회적인 모습이나 일반적으로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각이 참사 일어난 후 한 달과 너무 똑같아요. 아무 것도 밝혀진 것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그냥 기억 속에서 없어질 거 같아요. 너무 처참하잖아요.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304분이 배 안에서 희생됐는데”하며 심경을 밝혔다.
또 그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아홉 분이 계시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제 삼자의 아들일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다 우리 국민의 아들일 수 있거든요. 저대로 둬서는 안 돼요. 그런데 너무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죄의식을 안 갖고 있잖아요. 이거는 유족이 발 벗고 나서는 길밖에 없어요. 유족이 철저히 망가지고 정말 참혹한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정부와 관리들도 심장만큼은 똑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삼보일배 시작한 거죠. 제 몸에 붙은 네 글자 '반면교사'는 남의 불행이나 남의 상처에서 기운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통해서 현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국민들이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거나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삼보일배 사흘째, 임회면 십일시 길을 지나고 있다.
이호진씨는 지난해 7월에도 ‘옹기 아빠’ 김학일씨와 함께 커다란 십자가를 매고 800킬로미터를 도보 순례했다. 마지막 날 교황을 만나 십자가를 건네고 세례를 받았다.
팽목항에 임시 텐트를 마련하고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최민석 신부(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걱정이 좀 되죠. 몸이 망가지면 어떡하나. 팽목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가 인간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무거운 십자가를 국가가 유족에게 지우는 건 아닌가. 이 분들이 십자가를 지기 전에 이미 해결이 되었어야 할 부분인데 이렇게 계속 가야 하는 건가? 이호진 아버님의 십자가의 길이 사랑의 길이고 그 길을 통해서 역사를 새로 보고 진실을 새로 보게 하고 그렇게 해서 욕망 중심의 인간의 발걸음을 옮겨서 가난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함께 껴안는 사랑의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진씨는 서릿바람이 무릎을 파고드는 아침,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유족을 이해하려고, 헤아려 보려고 정성을 주시고 사랑을 주시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입장이 틀리고 생각이 틀리다 하더라도 아비가 돼서 어미가 돼서 새끼를 위하는 사랑 하나 만큼은 똑같지 않겠습니까? 제 고통을 보면서, 새끼 잃은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다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 삼보일배 순례단에 참여하고 싶다면
순례단에는 삼보일배, 배 끌기, 선도차 운전, 안전팀 지원 등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삼보일배 행렬 뒤에서 함께 걸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참여 문의 : 박철순 010-2701-5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