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일요일 오후, 밀양시 영남루 건너 남천강 둔치에서 울려 퍼진 진도북놀이 가락에 밀양이 들썩거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보존회(회장 하용부)에서 주최한 ‘제34회 밀양백중놀이 정기공연 및 제22회 영․호남 전통문화교류 공연’은 영남 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문화행사 가운데 하나다. 또한 영․호남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시작한 전통문화교류 공연이 22년째 지속되고 있어 역사적․사회적 의미도 큰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밀양 법흥상원놀이’, ‘밀양초교 오북놀이’가 시연되었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갑오년 풍농기원 농신제’를 시작으로 ‘순창금과들소리’, ‘김천금릉빗내농악’,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진도북놀이(장성천류)’, ‘밀양백중놀이’ 등 문화재 공연이 이어졌다.
장성천류 진도북놀이보존회(회장 김병천)는 진도북놀이가 가진 진도의 멋과 맛을 살려내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혼신을 다해 북놀이를 선보였고, 밀양시민들과 참여 단체 회원들도 추임새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진도북놀이의 걸쭉한 흥에 취한 관객들은 오히려 북소리에 신명이 나서 공연장으로 뛰쳐나와 둥덩실 어깨춤을 추며 환호했다.
김병천 회장은 “밀양까지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비용 외에도 회원들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서 고민이 되었지만, 영남 지역에 진도북놀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올해도 참여를 결정했다”며 “고생은 했어도 진도 북소리에 신명이 나서 춤을 추는 밀양시민들의 표정에 우리 보존회 회원들도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 말했다.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인 박동영 명인은 “진도와의 인연은 30년이 넘고, 우리 보존회도 해마다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 때 진도를 찾는다”며 “호남과 영남이 서로 품앗이하며 우정을 다지는 이런 행사는 전국에서도 유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성천류는 진도북놀이 세 유파(장성천, 양태옥, 박관용) 가운데 하나로, 진도북놀이가 한국 문화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1980년대초 임회면장이면서 진도북놀이보존회 창립 초대 회장인 고 장성천 명인의 계보를 잇고 있다. 보존회 창립 초기 임회․지산 남성 설북수들과 임회면 십일시 여성들이 모여 집단 공연을 시작하면서 군무 형태의 진도북놀이는 진도를 넘어 한국의 독특한 민속문화 장르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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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민속전수관에서 희망의 북소리 울리는 청년 전수생들”
한 세대가 흐르는 동안, 북놀이판을 이끌었던 설북수들과 여성북놀이 회원들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고 북을 허리에 메지 못하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장르의 보존회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곳을 가나 청년 전수생을 찾기 힘들 정도다. 생활 속의 민속에서 명맥을 잇기 위한 민속의 공연화로 이어지면서 전통을 지키려는 젊은이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어느 보존회 보유자는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인디 젊은이들이 밥도 안 나오는 이런 것에 눈이나 돌리것소? 이러다 영영 맥이 끊어져도 어쩔 수 없지”하며 자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임회면 십일시에 있는 임회민속전수관에서는 청년들의 북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읍내에서, 의신에서, 임회에서, 지산에서 몰려와 북을 메고 진도가락을 배운다. 이들은 농사를 짓거나 직장에 다니면서도 저녁 시간에 짬을 내서 전수관 불을 밝히고 있다.
이네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만 해도 하나의 유치원이 된다. 아이들은 모임이 있는 날 하루 종일 저녁 시간만 기다린다고 한다. 북놀이가 청년들을 불러모으고, 부모들을 다리 놓았으며,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전수관 사무장을 맡고 있는 한성예씨는 “우리 또래 회원들이 많이 늘다 보니 전수관이 비좁을 지경이 되었는데, 청년문화가 사라지고 없는 진도에서 이렇게 청년들로 북적대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시 사람들이 단체로 전수를 오고 싶어도 전수관 연습 공간이 좁고 숙박도 어려워 최소한의 인원만 오고 있다”며 “관광객이나 외부 전수객들이 편안하게 진도북놀이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금만이라도 넓혀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임회민속전수관은 성인 5명 정도만 북을 쳐도 서로 부딪힐 만큼 좁은 구조이기 때문에 공연 연습은 주로 인근 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에는 40여 명의 도시권 전수생들이 일주일 일정으로 내려왔지만 이틀만에 올라가는 등 전수 공간 확충이 시급하다.
진도북놀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장성천류 진도북놀이’를 전수하고 있는 임회민속전수관에서는 매주 화․금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강습을 하고 있고, 상설 전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수․체험 문의 : 010-6299-8805)
/김남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