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농정신문>을 비롯 지역 언론 매체에서도 진도 단호박을 심층 취재·보도하고 있다. 진도에서 단호박을 유통하고 있는 모 업체의 비도덕적 상술을 비판하는 내용과 피해 농가의 인터뷰가 주요 내용이다.
직접 단호박을 재배하고, 단호박 작목반에 속해 있는 농민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진도 단호박’의 생산·유통 상황을 되짚어 보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단호박 재배 면적 두 배로 증가>
올해 진도 단호박 재배 면적은 약 250ha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예상 수확량은 2,000~2,500톤 정도다. 이미 특화작물로 자리매김한 울금이 40~60ha인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단호박 재배 면적이 늘어난 이유는 지역 대표 농작물인 겨울대파의 수급불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생산량 1위인 겨울대파는 진도 농민들에게 효자 작물이기도 하지만, 3년 주기로 포전폐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이 대체작물을 찾기 시작했고, 그동안 꾸준히 소비가 늘고 가격이 안정적인 ‘단호박’을 선택하게 되었다.
단호박은 보통 1평당 3주~5주를 심고, 평균 4~5kg을 생산한다. 6월 농가 출하 가격(2012년 기준)은 1kg당 1,000원~1,200원, 7월~8월에는 800원선, 10월에는 1,000원선이다. 단호박은 봄에 심고 초여름에 수확할 수 있어 2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작 선택의 폭이 넓은 장점이 있다. 진도 농민들은 단호박 수확 후 주로 월동배추나 양배추를 심는다.
여기에 웰빙 바람과 함께 단호박 국내 소비가 늘면서 전국적인 생산량도 늘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6월에는 제주도와 남부해안 지역 그리고 시설하우스에서 출하하고, 7월부터는 중부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홍수출하를 하고 있다.
단호박 소비 형태도 변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단호박 가공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호박은 후숙되면서 껍질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도 절단해 쪄먹는 것보다는 껍질을 벗겨내고 조각내 포장한 냉동단호박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수입 급증하고 있는 뉴질랜드산 단호박>
11월부터 6월 중순까지는 수입산 단호박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 단호박은 뉴질랜드산이 대부분인데, 대표적인 수입 유통업체는 ‘뉴질랜드 단호박협회’, ‘(주)씨알상사’ 등이다. 특히, 부산에 있는 (주)씨알상사에서는 뉴질랜드산 단호박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고, 국내산 단호박을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이 뉴질랜드 단호박 대신 멕시코산 단호박으로 수입대체하면서 그 물량이 한국으로 몰려든 탓에 7월 현재까지도 뉴질랜드산 단호박이 국내 주요 마트는 물론 인터넷 오픈마켓에 덤핑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kg당 600원선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뉴질랜드산 단호박이 올해 300원선에 수입된 탓에 오픈마켓 시장가격도 개당(1kg) 1,500원선으로 국내산 3,000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6월 초중순에 출하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던 제주산 단호박도 올해는 유통업체들이 꺼려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6월 중하순부터 출하되는 진도 단호박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보 단계에 있는 단호박 생산-유통 구조>
단호박 국내 시장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지만 단호박 생산-유통 구조는 아직 초보 단계에 있다.
농가들은 주로 단호박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로부터 씨앗을 공급받고 계약재배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아지헤이(아지지망 등) 계열이나 쥬키니(만냥 등) 계열이고, 최근에는 미니(보우짱 등) 계열이 증가하고 있다. 씨앗 가격은 일반 단호박이 30원~140원까지 다양하다. 미니는 개당 500원선이다.
유통업체가 종자를 공급하며 제시하는 생산량은 평당 5kg 이상이고, 수매단가는 kg당 800~1,000원이기 때문에 농가들은 평당 5,000원 정도 수익을 기대하며 단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농가들이 단호박 재배로 손에 쥐는 수익은 2,000원~3,000원 수준이다. 평당 5kg을 생산한다 해도 상인들의 비상식적인 선별 기준에 의해 농가 수익은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진도의 기상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작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출하량에 비해 개별 농가 수익은 늘지 않았다. 더구나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지역 농가들은 장마로 큰 피해를 입은 상태다. 그럼에도 농가들이 울상인 이유는 유통업체들의 사기적인 수매방식에 있다.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들은 종자를 판매하면서 농가들이 품질만 높여 주면, 평당 5kg 이상에 5,000원 소득은 보장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업체는 평당 1만 원 소득도 가능하다며 농가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농가가 평균 이상 수확을 하고, 직접 선별까지 해서 입고를 시켜도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정산이 되지 않는 비품과 파지 비율을 높이는 등 사기적 수법으로 농민들의 땀방울을 착복하고 있다.
이들 수매 업체들은 이렇게 얻은 비품과 파지를 다시 선별해 정상품으로 시장에 유통시키거나 단순가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인들에게 볼모가 되는 단호박>
일부 산지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들은 외상으로 단호박을 수집해 유통한 뒤 그 수익금으로 농가들에게 대금을 정산해 주고 있다. 농가들도 산지 수집상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정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농사지은 단호박을 울며겨자먹기로 건네주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이런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단호박을 직접 도매시장으로 싣고 가 경매를 보기도 하지만, 경매가가 변동이 많고 번거롭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상인들은 농가들의 이런 약점을 노리고 있다. 상인들은 농가들이 단호박을 넘겨주는 시점부터 농간을 시작한다. 기본 감량과 약정 수매가·일주일 내 정산 약속은 지키지 않고, 그들은 농민들의 단호박을 자신들의 창고에 쌓아놓고 배짱을 부린다. “물건이 와서 보니, 많이 썩어 있다”, “미숙과가 많다”, “시장 가격이 떨어졌다.”
이런 대답도 정산을 기다리던 농가들이 직접 전화를 해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수집상들은 밀고 당기기를 통해 수매가를 다운시키려는 목적이겠지만, 농가들은 사기수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농가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하고 화를 내 봤자 수집상들은 “물건을 다시 가져가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농가들은 물건을 보낸 운송비용에 회수하는 운송비용, 회수 이후 처리문제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수집상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동의하게 된다. 농가들이 스스로 볼모를 보내 수집상들의 처분을 기다리는 꼴이다.
대게 3%~5% 기본감량은 30% 기본감량으로 바뀌게 되고, kg당 800원~1,000원 수매가는 수집상들의 선별기준에 따라 400원~600원으로 둔갑하게 된다.
가끔 이들 수집상들과 혈투(?)를 벌이고자 하는 농민들도 있지만, 대부분 상처만 입고 항복하고 만다. 항의가 심한 농가에게 오히려 이들은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정산을 늦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호박은 간작 형태기 때문에 후작을 준비해야 하는 농민들은 이런 일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포전거래도 외상이 없는데, 왜 단호박만 장기 외상거래가 가능할까?>
보통 계약재배든 아니든 농작물을 장기 외상으로 거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배추나 대파 같은 품목도 계약재배시 30~50%의 계약금을 받고, 수확시 잔금을 지불받는 게 대부분이다. 곡물이나 두류도 수매 후 바로 입금이 기본이다.
오로지 ‘단호박’만 장기 외상거래를 하고 있고,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는 영업 후 이익이 남으면 정산하고, 이익이 없으면 정산을 무한정 미루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집상이나 유통업체가 입고 후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농민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다. 단호박이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저장과정에서 변질 가능성이 있는데, 시장에 유통시키기 전에 정산해 버리면 수집상 자신들의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수매시 기본감량 3~8%에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포함돼 있는데도 농민들은 수집상들의 저장-유통비용까지 이중 부담을 하고 있다.
8월말 현재, 단호박 가격은 7월과 비슷하지만 점차 예년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래 단호박은 추석 이후부터 겨울에 집중 소비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여름에 수매해 저온저장고에 저장한 단호박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출하한다. kg당 수매가 500~1,000원선인 단호박은 시장에서는 3,000~5,000원선에서 팔린다.
두 번째 이유는 수입산 단호박으로 인한 국산 단호박의 가격 경쟁력 불안에 있다. 국내 단호박 생산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단호박 수입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덤핑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다.
11월부터 본격 수입되는 뉴질랜드산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에 국내산을 대체해 왔지만, 최근에는 (주)씨알상사 등에서 수입한 단호박이 7월말까지도 대량 유통되고 있다. 원물 단호박뿐만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한 냉동단호박도 1년 내내 국내 식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국산 단호박은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들은 뉴질랜드산 단호박 가격을 빌미로 농가들에게 장기 외상 거래와 터무니없는 선별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군·농협·농민 협동으로 특화품목 성공적 정착을 위한 해법과 대안 찾아야>
진도에서 단호박을 특화작목으로 정착시키려면, 6월 조기생산출하 기술 확보와 농협 유통망 활용이 필수적이다.
농업 관련 기관에서는 단호박이 대파 대체작목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10억 원 이상 사업비(올해 3억5천)를 확보하고, 조기생산출하 시범사업 등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파 폐기를 예방하는 차원이라면 이 금액도 부족하다.
‘대체작물’ 사업은 농가 입장에서 보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이면서도 진도 전체 대파농가에 도움이 되는 공공성을 띠는 사업이기 때문에 농정 기관에서는 이 사업 참여 농가들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진도군 농정은 적은 예산을 빌미로 대체작물 재배 농가들에 대해 온갖 규제를 들이대고 있다. 밭으로 벌고 있는 임야도 밭이고, 밭으로 벌고 있는 논도 밭이 분명한데, ‘지목상 전에만 지원한다’는 칼을 들도 농심을 난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농정 기관에서는 대파 대체작목 및 특화품목 육성에 걸맞은 예산 지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기생산출하 시범사업, 비상식적인 규제 철폐 등 진도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사업을 확대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농협이 단호박 유통구조 개선과 조합 의무 이행을 위해 할 일이 많다.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 판매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업무다. 그러나 지금의 진도 관내 농협은 이러한 업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조합을 만든 첫 번째 이유가 농산물 공동 판매가 아닌가? 더구나 진도군의 특화작물을 지역 농협이 유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농협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상인들은 단호박 유통을 통해 여러 가지 이윤을 남긴다. 단호박 판매뿐만 아니라 종자·비료·비닐·농약 등만으로도 큰 이익이 된다고 한다. 농협이 농민들과 계약을 통해 유통을 대행해 준다면 현재의 시설과 유통망만으로도 이러한 이익을 되찾아와 농민들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둘레의 농가들은 내년부터 단호박을 심지 않겠다며 손사레를 친다. 그런데 그들도 대파를 빼면 봄철에 심을 작목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사실 고추 외에는 거의 없다. 특화품목 지원이 강화되고 농협이 계약재배 등 유통을 책임져 준다면, 단호박 재배 농가들은 꾸준히 늘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제 농민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해 보면, 쉽게 돈이 되는 농작물은 없다. 단호박 유통 문제도 상인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농민들부터 조기생산·고품질 출하로 먼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놓고 큰소리를 쳐야 할 일 아닌가!
올해 농가 자가시설에서 세척/후숙/선별해 현장 수매를 통해 즉시 대금을 입금 받은 농가들도 있다. 농가들 스스로 자조조직을 꾸려 조직화·규모화하고, 선별 기준을 높여 유통업체와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콩이나 깨만 해도 정선을 해야 판매가 가능한데, 과일과 비슷한 단호박을 후숙처리나 선별 과정 없이 판매하려는 것은 상인들의 농간에 동조하고 ‘생산자주권’을 스스로 패대기치는 일이나 다름없다.
100만 평 규모에 300 농가 이상이 참여하는 단호박 특화사업이라면 기존의 작목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연합체를 구성해 모두 함께 해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