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태풍 덴빈으로 침수된 마을에서 마을 주민 50여 명을 업어 나르며 구조해 ‘영웅’이 된 의신면 창포리 이장 박창원(57) 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영웅'이라며 칭송하지만 요즘 그는 “쭉정이 날리는 벼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태풍 덴빈에 무너진 둑과 수문이 복구되지 않아 밀물 때만 되면 벼 목까지 짠물이 들이차는 바람에 그나마 살아남은 벼마저 떨어져 나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씨는 "농어촌공사에서 수문을 복구하는 데 2주가 걸린다고 했다"며 "이러는 사이 그나마 남은 나락마저 다 망쳐버리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백수와 염해 피해를 동시에 입어 올해 농사를 다 망치게 됐다"며 "보상정책도 말도 안되게 쭉정이 벼를 등외가로 사주겠다는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일 전남도는 염해와 벼 이삭 마름(백수) 피해 농가에서 재배한 벼를 '잠정 등외 규격'을 신설해 사들이고 수확이 어려운 벼는 조사료용으로 t당 4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껍질만 남은 벼에서 뭘 수매하느냐?"며 "그나마도 수량이 정해져 제한적이다"고 농민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박행덕 의장은 "쭉정이 벼를 수매하겠다는 것 자체가 농민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백수 피해를 본 벼는 쭉정이만 남아 사실상 수확이 무의미한데도 정부는 전량 수매해준다며 농민을 더 화나게 하고 있다"며 "재해보상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창포리 이장 박창원씨는 태풍 덴빈이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지난 30일, 물에 잠긴 마을에서 진도군청 지역개발과 박정현씨와 함께 마을 주민 50여명을 등에 업고 대피시켜 극적으로 인명피해를 막은 ‘영웅’이다.
/차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