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이 세금감면과 기반시설지원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면서까지 중국 장즈다오 그룹에 대규모 해삼양식단지 조성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문의 출발점은 진도군에 해삼양식단지 조성이 장즈다오 그룹과 진도군 중 어디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더 필요성을 느끼는가 하는데 있다. 만약 장즈다오 그룹이 자사의 이익창출을 위해 진도의 바다가 필요할 경우 진도군은 당근을 제시하기보다 군과 관내 어민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성사시키는 행정력의 변화를 꽤해야 한다.
최근 조선일보는 ‘해삼 중일 전쟁’을 ‘해삼 한중일 삼국지’구도로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제 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출발은 늦은 감이 있지만 삼면을 둘러싼 차고 깨끗한 바다 때문에 아직 '기회'는 많다는 것이다.
중국 장즈다오 그룹이 진도군에 대규모 해삼 양식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다롄이나 웨이하이 해변이 이미 해삼과 전복 양식장으로 가득 차 새 어장이 필요했던 중국으로선 당연히 한국 어장을 탐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장즈다오의 왕유민 경리의 "여러 곳을 사전 조사했는데, 북한은 투자 환경이 열악하고, 일본은 외교 관계와 안전성 우려 등이 있다"며 "한국 바다는 좋은 해삼을 키우기에 적합하고 국가 관계도 일본보다 좋다"는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또 일본이 홋카이도 해삼을 태평양이 아니라 동해 연안에서 주로 양식하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해삼양식산업’에 목을 매고 있을까? 해삼은 예로부터 중국의 진귀한 보양식품이었다. 경제 발전으로 부자가 많아지면서 해삼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1인분에 수십만원을 호가 하는 해삼 요리도 있다.
장즈다오 그룹 관계자는 "개인 양식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해삼 생산이 얼마인지 중국에서 조사한 자료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중국 해삼 시장 규모를 최소 200억위안(약 3조6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수산 기관들은 중국의 연간 해삼 소비량에 대해 20만~120만t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10조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전 세계 해삼의 90% 이상을 중국인이 먹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웨이하이 인근 해역에 연간 35만t 규모 해삼 양식 사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입 해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수입 해삼의 평균 가격은 ㎏당 2001년 0.55달러였으나, 2004년 2.47달러, 2008년 9.12달러, 2010년 9.92달러로 조사됐다. 10년 만에 20배 가까이 치솟았다. 수산물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피시플레이션(fish+inflation) 현상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말이 해삼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이런 중국의 변화에 경제적동물이라 불리는 일본은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해삼을 즐겨 먹진 않지만, 대륙 '왕서방'들의 식탁 문화 변화를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자국 어민들의 이익을 위해 해삼양식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의 이와 같은 노력과 방법을 진도군도 참고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6열 돌기' 해삼 서식지인 홋카이도의 히야마, 어민 1000여명을 조합원으로 둔 히야마 어업협동조합의 2002년 해삼 생산량은 51t이었으나 지난해 생산량은 144t으로 10년 사이 2.8배가 됐다. 2002년 ㎏당 1만원씩 했던 해삼은 2007년 5만원으로 뛰었고, 작년엔 10만원(약 6736엔)에 육박했다. 히야마 어협 사토 노리요시 부장은 "중국 시장 확대로 해삼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10년 전엔 조합원 52명이 해삼을 채취했으나 지금은 543명이 해삼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야마 어협은 6년 전부터 중국 해삼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의 해삼시장을 일본이 6년 전부터 공략한 것과 다르게 한국은 걸음마 단계에 있으며 그 시작을 진도군이 이끌고 있다. 진도군이 일본의 경우처럼 더디지만 어촌계 등을 형성하여 해삼을 양식하는 방법 등을 제쳐두고 장즈다오에 우리의 바다를 내어준다면 우리 어장은 일본 해삼에 대항하는 중국 자본의 전진기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학소 원장은 "최근 일본 거대 기업이 해삼을 신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기준이 아니라 수요자 기준에 맞춘 글로벌 전략을 바탕으로 해삼 사업에 나선다면 한국도 중국에서 엄청난 국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현재 진도군이 추진 중인 장즈다오와의 해삼 양식 산업이 행정의 판단착오로 졸속적으로 바다를 내어줄 경우 그 피해는 진도군뿐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익에 대한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동진 군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장즈다오와의 투자협정체결은 중국 시장이라는 큰 고정 판매처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장즈다오에서 생산한 해삼을 판매처인 중국에 팔아서 진도군, 나아가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김순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