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지마을 공동대책위·진도군·군의회·한전·LS는 7월 10일, 진도군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6개항을 안건으로 하는 회의를 열고 ‘잠정협의안’에 서명했다. 공동대책위는 이후, 경과지 마을 총회와 대책위 전체 총회를 거쳐 잠정협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그런데 잠정협의안이 그 동안 공동대책위가 주장하던 6개항에서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누락시키거나,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까지 만드는 등 내용상으로 한참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잠정 협의안-------
1. 전자파 저감대책 : 지중선로 전 구간 알루미늄 차폐막 보완하되 전자파 4mG 이하가 되도록 공개 검증할 것
□ 한전 측 답변
→ 공사시 대책위원 입회, 전기안전공사 직원 입회
→ LS전선에서 경과지 마을구간에 대해서 마을 전후 90m에 대하여 알루미늄 차폐막을 시공(ㄷ자형) 및 독립가구 중심으로 90m 시공 제안
→ 한전에서는 4mG 이하 공개 검증은 할 수 없음
2. 전자파 피해 예상 지역 주민 이주 대책 마련 : 협의 누락
3. 재산권, 건강권, 환경권 피해에 대한 보상안 마련
→ 한전에서는 시공 후에 공인기관에서 주민의 건강에 피해가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할 시에는 한전에서 책임 및 보상하겠음.
4. 지중선로 구간 전력설비(154kV)의 추가설비(345kV)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
→ 한전에서는 지경부장관과 협의하여 군에 공문으로 통보하겠음.
5. 모든 협의사항 문서화(국회의원, 군수, 한전사장, 경찰서장, 대책위 공인)
→ 차폐막에 대해서는 LS전선에서 문서화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한전에서 문서화하겠음.
6. 동령개 마을 해저케이블 관측레이더 설치 이전
→ 한전, 수용하겠다 답변
--------------------------------------------------
잠정 협의 내용을 보면, 공동대책위가 요구한 6개항 가운데 1항은 조건부 수용, 2항은 누락, 3항은 독소조항 신설, 4~6항은 수용하겠다는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공동대책위 요구사항의 핵심인 1~3항에 대해서 한전은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책위는 전자파 저감대책으로 전 구간을 알루미늄 차폐막으로 보완하되 전자파가 4mG 이하가 되도록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했으나, 한전 측은 마을이나 민가 전후 90m까지만 차폐막을 하고 4mG 제한을 두는 공개검증은 거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알루미늄 차폐막을 시공한 사례가 없고 차폐막의 전자파 차단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동일조건에서 공개검증 없이 차폐막을 설치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또한 전 구간이 아닌 특정구간만 설치하게 되면, 차폐막을 설치하지 않은 구간 주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 입장을 수용하고자 한다면, 대책위는 이 구간 토지 소유자들의 의견을 먼저 청취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의에서 두 번째 항인 ‘전자파 피해 예상 지역 주민 이주 대책 마련’에 대해 대책위는 아무런 협의도 하지 못했다. 지중선로는 가공선로보다 전자파가 수십 배 집약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도로가에 위치한 가옥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므로 도시에서는 지중선로 신설시 주택이나 학교에서 일정거리를 이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기관이나 학계, 한전 측 연구 결과를 보면 경과지마을 가운데 지중선로로부터 50미터 이내에 있는 가구들은 전자파 피해의 직접 영향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차폐막이 100% 전자파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을 세운 후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대책위가 내세운 6개항 가운데서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재산권,건강권,환경권 피해에 대한 보상안 마련’이었으나, 협의안에는 ‘시공 후에 공인기관에서 주민의 건강에 피해가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할 시에는 한전에서 책임 및 보상하겠다’고 기록돼 있다. 협의안대로라면, 경과지마을에서 살던 주민이 암이나 병을 얻었을 때 한전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전자파로 인해 암에 걸렸다는 인과관계를 의료기관을 통해 입증’을 하고 ‘피해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한전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협의나 약속이 아니라 대책위와 주민들을 농락한 내용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협의사항이 효력을 갖게 되면,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재산권,건강권,환경권 피해에 대한 법적 분쟁’에서도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현재 초고압 송전선로·변전소 등 송변전시설은 사회적으로 혐오시설에 속하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관련 소송에서 재산권·건강권·환경권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 설치된 송변전시설에도 적용되는 권리라면, 신설되는 진도의 지중선로 구간에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든 공사를 끝낸 후 주민들이 피해를 입증하면 책임과 보상을 하겠다는 한전 측 주장은 허무맹랑한 거짓말일 뿐이다.
대책위나 진도군 또한 경과지마을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을 협의안으로 내세운 것은 큰 실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전 측이 경과지 주민들의 ‘재산권·건강권·환경권’을 끝까지 부정한다면, 경과지 주민들이 앞장서 지중선로 시공 전에 관련 판례를 토대로 한전 측에 소송을 걸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경과지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이번 협의안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아직 군도구간은 허가도 내주지 않았는데 뭐가 급해서 대책위 대표들이 이런 내용으로 협의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대책위원들이 스스로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을 한전에 헌납하려는 것이다. 국도와 군도로 꼭 초고압선을 보내려 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과 대책을 요구하고 안 되면 2년이고 3년이고 법적으로라도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번 협의가 있기 전 진도읍과 임회면 대책위원이 모인 가운데 6개항 모두 원안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진도 경과 원천 반대’ 투쟁을 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6월 30일에도 이동진 군수를 만나 결의 내용을 제시하며 인·허가 반려 등 강력 대응을 요구한 바 있어 ‘잠정협의안’이라고는 하지만 부실한 협의에 서명한 사실에 대해 비판과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