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임회면 매정 앞에서 수개월 동안 공사가 지체되자 진도읍 염장으로 옮겨 지난 8일부터 공사를 시도하고 있다. 대책위의 ‘허가취소’ 소송 등 법률적 대응을 위해서는 공사구간을 늘려 형식적인 공정률을 높일 필요가 있었고, 진도읍 이장단의 협조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월 9일에는 아침 8시경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염장마을 주민들은 한창 보리베기와 모내기로 바빴기 때문에 처음에는 두세 명의 주민만이 공사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18번국도를 오가던 주민들이 하나둘 차를 세웠고, 12시경에는 염장 아짐들이 지팡이를 짚거나 보조기구를 끌고 마을 앞 공사현장에 나왔다. 다문화가정의 20대 엄마들부터 팔순할머니까지 오로지 마을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포클레인을 막아섰다. 아짐들은 점심때가 되었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처음으로 진도경찰서장이 현장에 나왔기 때문인지 20여 명의 경찰들이 주민들을 압박했고, 한전·LS·한백 직원도 총동원돼 오후 내내 아짐들을 협박했지만, 염장마을 아짐들은 결코 공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염장마을 아짐들은 마을주민보다 더 많은 경찰들이 나온 것을 보고, "염장리에서는 해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고가 나도 경찰에서 오지도 않고, 주민들이 과속방지턱 하나 설치해달라고 해도 듣지 않더니 오늘 염장 사람 다 죽이는 초고압 송전선 공사를 도와주러 경찰들이 많이도 나왔네"하며 개탄했다.
경찰들이 연행하겠다며 아무리 압박해도, 업체 관계자들이 수백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해도 아짐들은 "내가 사는 마을인데 왜 우덜 허락도 받지 않고 이런 무서운 공사를 해!"하며 당당하게 맞섰고, 때로는 "제발 우리 주민들이 평온하게 살게 해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아짐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결국 한전 측은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대책위와 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5시경에서야 염장 아짐들은 농성을 풀고 집으로, 일터로 돌아갔다.
염장 마을에서는 이날 저녁 총회를 열어 초고압 지중선로를 절대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염장 마을의 한 주민은 “주민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내일 또 공사를 한다면 염장 아짐들은 또 거리에 나와 포클레인을 막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도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마을발전기금과 같은 보상금이 아니다. 현재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감대책과 재산권·건강권·환경권 등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대책협의, 154kV 외 전력증설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 전국 300여 곳 송전선로 갈등지역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일 뿐이다”라며 한전 측의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