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시민단체 회원들은 강진군립도서관을 견학하고, 박연수 군수에게 군립도서관 건립 추진을 요구했다.
"눈물겹게 부러웠던 도서관이 진도에도 생겼다"
[스토리텔링 4] 진도사랑연대회의 김 남 용 사무국장
도서관이 없는 도시는 두뇌가 없는 공룡과 같다고 했다. 발달된 문명과 창조적 문화를 가진 나라들의 바탕에는 오래된 도서관이 있다. 과거의 도서관이 책을 소장하고 자료를 비치·열람하는 하는 기능을 했다면, 현대의 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중심의 공익적 기능들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1월 15일, 진도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진군립도서관을 방문했다. ‘기적의 도서관’에 버금가는 어린이도서실과 대학생·수험생 등을 위한 24시간 열람실을 돌아보며 회원들은 몹시 부러워했다.
휴게실처럼 꾸며진 어린이도서실에서는 아이들이 푹신한 소파에 앉거나 바닥에 뒹굴며 독서놀이에 푹 빠져 있었고, 유아실에서는 걸음도 채 떼지 못한 아기들이 엄마품에 안겨 새근새근 그림동화를 꿈꾸고 있었다. 평일이었는데도 도시의 여느 도서관처럼 디지털 자료실이나 열람실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도서관 관계자들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교육 혁명을 주창한 강진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읍내 한복판에 있는 도서관 책장 사이사이에서 ‘강진의 꿈’이 우담바라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진도에 돌아온 회원들은 ‘한미FTA반대 및 진도살리기대책위원회’를 통해 진도군에 ‘진도군립도서관’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진도에도 도서관이 있었지만, 당시 진도공공도서관은 인근 시군의 도서관에 비해 시설, 위치, 서비스 부분에서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한 운영 주체가 교육청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문화·지식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좁은 종합자료실 공간에 ‘어린이자료실’이 아닌 ‘어린이자료대’가 형식적으로 설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다른 시군에 어린이도서관이나 기적의 도서관이 속속 들어서던 때였기에 군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컸다.
다행스럽게도 진도군에서 대책위의 요청을 수용해 ‘농어촌공공도서관’ 설립을 추진했다. 2007년 8월 재정투융자심사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2009년 3월에 착공, 작년 5월 준공해 현재 개관을 앞두고 시험운영 중에 있다. 도서관 명칭 공모를 통해 ‘진도철마도서관’이라는 귀한 이름을 얻었다.
1층에는 보존서고, 도서정리실, 어린이자료실이 있고, 2층에는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인터넷카페, 정기간행물 코너와 사무실이, 3층에는 일반열람실1~2, 시청각실, 옥외휴게실이 있다. 장서수는 총 16,074권인데 어린이 8,775권, 종합 7,299권 등으로 도서관의 VIP 고객인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1972년 개관한 진도공공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도서 57,831권, 비도서 2,735점)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만, 운영 주체가 진도군인 점을 감안하면 진도철마도서관의 미래는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서관 전문화로 군민은 자기계발, 진도군은 정책 개발"
공공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은 도서자원을 축적하고 보존해 이를 시민에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적인 역할을 추가한다면, 지역성을 반영해 지방 행정과 산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도철마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핵심은 ‘지역성’을 살리는 데 있다고 본다.
진도철마도서관은 개관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전문화’를 유지·발전 정책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반 도서자료와 예술·음악 관련 자료를 열람하거나 대출해 주는 대출도서관(lending library)보다는 진도의 역사·문화·농어업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는 전문도서관(reference library)의 기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도철마도서관이 기존의 진도공공도서관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다면 전형적인 예산낭비성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진도에 똑같은 공공도서관이 두 개나 존재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물음과 불만은 벌써 군민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진도철마도서관에서는 새로 지은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쾌적함 외에는 어떠한 지역적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다. 어린이도서관 개념이 도입된 어린이자료실도 강진이나 여타 군립도서관에 비해 특별한 점이 없다. 그럼에도 진도철마도서관의 개관은 진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앞서가는 나라들의 역사가 그렇듯 도서관은 민주적인 시민사회가 싹튼 토대가 되었고, 현대에도 합리적인 리더십과 진보적인 정책이 탄생하는 혁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작가 보르헤스는 자신의 작품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신의 문’ 즉, 우주로 가는 통로라 비유하지 않았던가!
자, 지금부터는 진도철마도서관이 바벨의 도서관이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해 보자. 진도군민의 관점에서 보면, 진도철마도서관은 군민의 자산이며, 군민 스스로를 위한 공간이다. 때문에 진도철마도서관은 이용자인 군민을 중심으로, 군민들이 직접 참여해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진도자료실 - 진도의 인물·역사·문화·환경 등 진도 관련 문헌 수집
진도공공도서관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자료는 역설적이게도 진도 관련 도서와 논문이다. 진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과 학자들의 저서는 진도가 아닌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찾아야 한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지역 도서관에서 진도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운영 주체가 교육청인 공공도서관의 태생적 한계일 수 있다.
이것이 진도철마도서관이 세워진 이유다. 도서관에 ‘진도자료실’을 신설하고, 관과 민이 어우러져 ‘진도찾기’에 몰입해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전국 도서관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군민들도 ‘모임’을 구성해 스스로 자료를 축적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시작으로 도서관 운영 기금 확보운동이 벌어진다면, 진도군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농업·어업 등 주요산업 관련 국내외 도서·자료비치
진도의 주요 산업인 농업과 어업 관련 전문 자료와 실용서 등을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군민들이 자기계발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면, 진도의 농어업 경쟁력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공무원들 또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어 만족도 높은 행정을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개망 구축으로 재정 부담 덜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
2009년 통계기준, 전국 도서관 수는 5,686개로 국립 3, 공공 4,444, 대학 519, 학교 136, 전문도서관 584 곳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전남은 318개의 도서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고와 초중교 도서관을 통계에 포함하면 수는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에서는 다른 도서관과 연계를 통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도서관 연계망은 도서관의 가장 주요한 자원인 도서를 공동 활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며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역사와 규모면에서 진도와 비교 대상은 아니겠지만, 1895년 민간에 의해 설립된 뉴욕 공공도서관은 85개 공공도서관(지역 분관도서관 포함)으로 구성된 뉴욕공공도서관시스템(New York Public Library System)으로 발전되었다. 이 때문에 뉴욕시민들은 시내 어디를 가든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진도철마도서관은 우선 진도공공도서관과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연계망 운영은 법적·제도적 규정사항이기도 하다. 조직과 운영에서 효율성을 기할 수 있고, 도서자원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로 공공도서관은 문화자원으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중복되지 않고 다양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 통합으로 비용과 관리 문제 등 현재 이원화된 공공도서관 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도서관은 지역복지서비스(Community Outreach Services)를 강화하고 있다. 정보, 지식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도서관에서 벗어나 대시민 복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교양교육프로그램, 소그룹지도, 컴퓨터지원 교육, 학생들의 문집 출간, 평생학습, 가족화합, 새로운 독자를 위한 독서지도, 전시회와 문화행사 개최,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나 시상식 등 도서관 서비스는 무한대하다.
영국 런던의 공공도서관들은 지역도서관과 연계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과제 도우미 서비스(Live Homework Help) 초중고학생을 위한 학습지원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학, 과학, 사회과학, 영어에 대해 실시간으로 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도서관 폐관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20분 한도 내에서 온라인 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런던의 경우, 도서관의 61%가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과제도움(Homework Suppor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과제자료실은 컴퓨터 1~2대와 15~20장 정도의 시디롬, 참고도서로 꾸며진다.
미국에서도 '학교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Schools Library Services(SLS))'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초중고등학교의 수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마다 도서관 활용수업이 확대되고, 그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서관이 교육의 보조적 기능에서 실질적인 교수·학습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지원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은 직접 학교도서관을 찾아가 자료정리·리모델링 등 학교도서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북스타트(Bookstart) 프로그램도 시도해 볼만하다. 아이들이 유아기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유아들에게 무료로 책을 선물하는 사업이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도서관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게 책을 선물 받은 아이의 부모들은 인지상정으로 도서관에 기부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도서관이 나눔 공동체로 탈바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