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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1년02월22일 00시00분 ]

김현(1942~1990)

한글로 교육 받고 사유한 첫 세대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구고
4․19의 체험으로
자유의 진정한 뜻을 찾아낸 그는
문학평론가, 불문학자, 서울대 교수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살아움직이는 상상력, 자유로운 사유,
섬세한 글쓰기로
우리의 문학과 지성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행복의 꿈을 좇는
참된 삶의 길을 보여주었다.
이에 그가 평생 정신의 고향으로 삼아온
이 고장에
삼가 비를 세워 그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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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은 누구인가?

그는 진도에서 태어났다. 김현에게는 ‘최초의 한글세대 문학비평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식민지 잔재가 뿌리박혀 있던 문학비평계에 한글 바람을 일으켰다. 김현의 비평을 받은 시인․작가들은 당대 한국문학을 이끄는 문학인으로 성장했다. 정작 그의 고향인 진도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문학판에서 김현이라는 이름은 한국 현대문학의 위대한 스승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번 호에서는 ‘김현 연보’를 통해 ‘뛰어난 문학이론가이자 정치한 비평가였으며 성실한 프랑스문학자이자 문화와 예술의 날카로운 관찰자’였던 김현을 되살려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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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연보]

김현 연보

『김현문학전집』 제16권 《자료집》에 실려 있는 <연보: ‘뜨거운 상징’의 생애>(홍정선)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이다.

1942년(0세)
7월 29일, 진도군 진도읍 남동리 565번지에서 태어나다. 부친 김요환과 모친 정순예 사이에서 태어난 4남 1녀 중 넷째였다. 본관은 경주이고, 본명은 광남(光南)이며, ‘현’은 필명이다.

1948(7세)
진도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목포로 이주하는 부모를 따라 7월에 목포 북교국민학교로 전학하다. 부친은 북교동 127번지 공설시장 앞에서 ‘구세약국’을 열어 양약 도매업에 종사하면서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

1995년(12세)
3월에 북교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중학교에 입학하다.
졸업 때 교지에 <눈을 감으면>이라는 시 1편과 콩트 <해와 달리의 생리>라는 콩트를 발표하다.

1957년(15세)
목포 문태고등학교에 진학하다. 그러나 3월에 입학한 후 곧 서울의 경복고등학교로 전학하여 북아현동에서 둘째형인 기협과 함께 생활하다.

1959년(17세)
경복고등학교 교지 『학원』에 항순원의 소설 <인간접목>을 논한 <인간은 탄생하라>는 평론을 발표하다.

1960년(18세)
문과 222명 중 11등으로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다. 4월 4·19가 일어나다.

1961년(19세)
<나르시스 시론>을 쓰다. 5·16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다.

1962년(20세)
『자유문학』 3월호에 발표된, 제5회 신인당선 작품 평론 분야에 <나르시스 시론>이 ‘김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밀다. 김승옥·최하림·김용성·강호무·김산초를 동인으로 「산문시대」창간호를 내다.

1963년(21세)
「산문시대」에 김치수·염무웅·서정인·곽광수·김성일이 새로 참가하다.

1964년(22세)
「산문시대」가 5호를 끝으로 종간하다. 불문과 대학원에 진학하다. 그의 첫 저서 《존재와 언어》(가림출판사)를 500부 한정판으로 출판하다.

1965년(23세)
황동규·정현종·박상륭을 만나다. 『선데이 포스트』지에 <참가문학 시비>라는 글을 씀으로써 이 시기의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러나 지극히 비생산적이었던 순수·참여 논쟁에 끼어들 소지를 만들다. <폴 발레리의 시와 방법>이란 글을 쓰다.

1966년(24세)
백낙청 주재의 『창작과비평』간행되다.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정현종과 더불어 시 전문 동인지 『사계』 시작하다.

1967년(25세)
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하다. 졸업 논문은 <셀린의 《구토》에 대한 연구>이다.

1968년(26세)
서울대 교양과정부 조교를 시작하다. 김승옥·김주연·김치수·김현·박태순·염무웅·이청준을 편집인으로 하여 『68문학』을 창간하다. 이후에 창간될 ‘문학과지성’의 원형을 이룬다.

1969년(27세)
상반기중에 세대 논쟁이 본격화하다.

1970년(28세)
『산문시대』와 『사계』, 『68문학』을 통해 끈질기게 발행을 추구해온 것이 『문학과지성』창간으로 이어지다.

1971년(29세)
서울대학교 교양과정부 전임강사가 되다. 장남 상구 태어나다. 이 해 김주연이 귀국해 『문학과지성』편집 동인에 합류함으로써 네 김씨(김현·김병익·김치수·김주연) 편집 체제가 이뤄지다.

1972년(30세)
3월에 김현·김병익·김치수·김주연 공저의 《한국 문학의 이론》을 간행하다. 이들을 지칭하는 ‘문지 4K’라는 말이 문단과 언론 매체에서 공식화되다. 김윤식과 함께 《한국문학사》 연재를 시작하다.

1973년(31세)
60년대 현장(시)비평 중심의 두 번째 평론집 《상상력과 인간》(일지사)을 출간한다. 10월에 유신체제 발족하다.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번역, 해설하여 출간하다.

1974년(32세)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출간하다. 60년대 중반의 소설평들을 중심으로 한 비평집 《사회와 윤리》를 간행하다. 이휘영 등과 함께 교재용으로 《불문학개론》을 출간하고, 프랑스 북쪽 독일 접경에 있는 스트라스부르 대학으로 1년 예정의 유학을 떠나다.

1975년(33세)
1월, 발레리의 고향인 세트를 여행하다. 2월, 바슐라르의 고향 바르쉬르 오브를 여행하다. 3월, 롤랑 바르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바이욘을 여행하다. 5월, 김현 집안 사정으로 유학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하다. 『문학과지성』겨울호부터 <한국 문학의 위상>을 써서 연재하기 시작하다. 《시인을 찾아서》(민음사)를 간행하다.

1976년(34세)
김주연과 공편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펴내다. 박광수와 함께 《바슐라르 연구》를 내다.

1977년(35세)
6월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삼중당)을 출간하다. 《한국 문학의 위상》 완결 출간하다.

1978년(36세)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의 편집위원이 되다. 《현대 프랑스 문학을 찾아서》·《몽상의 시학》(홍성사)을 간행하다. 첫 수필집 《반고비 나그네 길에》(지식산업사)를 발표하다. 12월, 불의의 사고로 부친이 별세하다.

1979년(37세)
《현대 비평의 혁명》(홍성사)을 간행하다. 평론집《우리 시대의 문학》(문장사)을 간행하다.

1980년(38세)
다섯 번째 평론집 《문학과 유토피아》(문학과지성사)를 간행하다.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다. 5월 17일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광주 학살이 자행되다. 7월 『문학과지성』이 신군부 권력에 의해 40호를 끝으로 강제 폐간당하다. 9월 조광휘와 공역으로 골드만의 『인문과학과 철학』을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하다.

1981년(39세)
《프랑스 비평사:현대편》이 간행되다.

1982년(40세)
이성복·이인성·정과리의 이름을 편집 동인으로 올린 무크지 『우리 시대의 문학』이 출간되다.

1983년(41세)
《프랑스 비평사:근대편》이 간행되다. 《문학과 사회학》(민음사)이 간행되다.

1984년(42세)
시론집 《젊은 시인들의 상상 세계》를 간행하다. 평론집 《책읽기의 괴로움》(민음사)을 간행하다.

1986년(44세)
문학과 삶에 대한 단상들을 모은《두꺼운 삶과 얇은 삶》(나남출판사)을 내다. 《제네바학파 연구》를 간행하다.

1987년(45세)
6월 항쟁 일어나다. 『문학과사회』동인을 결성하여 계간지 창간에 대비하다. 《르네 지라르 혹은 폭력의 구조》(나남출판사)를 간행하다.

1988년(46세)
그가 키운 비평가 그룹들인 권오룡·성민엽·임우기·진형준·정과리·홍정선을 편집 동인으로 하는 계간지 『문학과사회』가 창간되다. 평론집 《분석과 해석》을 내다.

1989년(47세)
《미셀 푸코의 문학비평》을 출간하다. 김치수와 함께 《사르트르의 문학세계》를 간행하다. 푸코에 대한 연구로 『외국문학』에서 주는 ‘외국문학 논문상’을 받다. 이 해 가을부터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기 시작하다.

1990년(48세)
푸코 연구의 결정이 될, 독보적인 푸고 이해를 보여주는 《시칠리아의 암소》를 간행하다. 《분석과 해석》으로 한국일보사에서 주는 제7회 팔봉비평상을 수상하다.

6월 27일 오전 2시 50분, 지병으로 서울대 병원에서 작고하다. 29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도곡리 선영에 안장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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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현 선생을 처음 만난 건 1995년께였다.

서울 성북동 아리랑고개에 있던 신문보급소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주로 용산 소월길에 있는 남산도서관에서 독학을 하던 때였다.

민속과 전통연희에 푹 빠져 있던 시기였기에 내 미래도 마당놀이 패거리에 묻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은 늘 우리를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서게 만든다.

어느 여름날 도서관 어문학실 구석진 서재 앞에서 나는 젖은 신문지처럼 축축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우연히 들어선 서고 길목, 그곳에 김현 선생께서 담아놓은 언어의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선생께서 생전에 집필한 글들과 선생의 업적과 삶을 추모하는 자료집은 《김현문학전집》전16권(문학과 지성사, 1993)으로 집대성되어 있었다.

나는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며 김현 선생과 대화를 나눴다.

불문학을 전공한 그가 낯선 비평용어를 써 가며 나를 성가시게 하기도 했지만, 시칠리아의 암소가 여물을 곱씹듯 나는 선생의 언어들을 되새김질하며 새로운 꿈을 꾸었다.

문학을 하자!

왜? 그건 목표가 아니라 내 존재의 이유니까! 신세계로 들어선 내게 김현 선생의 기호들은 뿔테안경처럼 단단한 길잡이가 돼 주었다.

그런데 지금 기억해 보면, 당시 나는 김현 선생의 고향이 진도였다는 사실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던 것 같다.

나 또한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는 줄곧 도시인으로 살아가던 터여서 ‘진도인’에 대한 동질감이 흐릿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학을 전공하고 동인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김현 선생은 언제나 ‘비평가와 스승’으로서 나를 지켜봐 주셨다.

김남주 시인이나 신경림 시인을 우러르면서도 나 스스로 이론의 도그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비평가들 모임에 합석하고자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김현 선생을 진도 사람으로 명확하게 인식한 것은 2005년 귀향을 결정하고 짐을 정리할 때였다.

도시에 버려야 할 것들과 진도로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을 나누면서 가장 고민을 했던 게 ‘책’이었다.

십여 년 동안 헌책방을 누비면서 모아놓았던 소금더미들이었지만 가벼운 이주를 선택한 내게는 거추장스런 짐이기도 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가져가기에는 무겁고…… 고민 끝에 냉혹한 기준을 세웠다.

진도에서 꼭 봐야 할 책만 가져가자!  창작집이나 작법 이론서 등은 문창과 학생회 서고로 보냈고, 문예지나 스크랩 자료들은 묵은 신문들과 함께 폐지로 버렸다. 그런데 버리기 위해 밖에 내다놓은 책무더기를 바라보니 마음속이 켕겼다.

나는 마지막 생존자라도 찾아야 하는 구호대원처럼 다시 폐지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그 속에 나의 손 끝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무언가가 있었다. 김현 선생의 마지막 저서가 된 《말들의 풍경》! 나는 마치 보물이라도 찾아낸 듯 환호했다.

황지우 시인이 <비로소 바다로 간 거북이>라는 시에서 ‘불생보다는 생이 낫지 않은가’하며 선생을 추모했듯 나 또한 지금 바다로 내려와 김현 선생이 어린시절을 거닐었을 진도의 한 갯가에서 거북이의 발자국을 찾아 서성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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