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죽으면 저놈들이 공사를 하지 않겠구나!”
찬바람이 살 속까지 파고들던 지난해 11월20일 새벽 1시경, 임회 매정마을에 사는 하양심(82) 할머니가 주민들과 공사인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전선로 관로를 묻기 위해 파놓은 2m 깊이 정도의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노환으로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하양심 할머니가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자 공사인부들이 할머니를 끌어내려했고, 저항할 힘이 없는 할머니는 지팡이를 휘둘렀다고 한다.
할머니가 찬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 이유는 단 한 가지,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고, 죽어 묻힐 때까지 살아가야 할 집과 마을 앞에 묻힐 송전선로의 전자파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할머니와 달리 지팡이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고, 군민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해 노력해야 할 진도군과 군의회가 한전의 불법공사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
한전은 송전선로 매설을 위해 국도18호선에 대한 도로굴착(점용)허가를 받았으나 관리청이 공고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벌였다.
도로법 제38조(도로의 점용)에는 도로굴착의 경우 허가 이후에 반드시 공고를 하게 되어 있어 공고를 하기 전 공사를 시작한 한전은 명백한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또 한전은 감리계약을 하지 않고 지난해 4월부터 임회면 구분실~석교 구간 공사를 시작했다.
한전이 벽산파워와 감리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9월27일, 그 이전의 공사행위는 모두 불법인 것이다.
또한 한전이 도로점용(굴착)허가를 받을 때 제출한 직매굴착 단면도를 보면 전력케이블 배열방식이 2단3열로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3단2열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 경우 도로점용면적과 점용료가 증가되게 되어 도로법상 당연히 설계변경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은 뒤 공사를 해야 하나 한전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진도군도 묵인했다.
이러한 불법공사가 자행되고 군의묵인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강력히 문제 제기를 했고 한전은 주민들을 고소하고 동시에 군에 설계변경을 신청했다.
도로법 제83조(법령위반자 등에 대한 처분)에서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5조·제34조·제38조·제59조 또는 64조에 따른 허가나 승인을 받은 자는 허가나 승인의 취소 등을 명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진도군은 주민들이 고소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허가취소가 아닌 설계변경을 허가해 주었다.
하양심 할머니는 “그 동안 마을사람들은 공사현장에 나가싸웠는데 나는 다리가 아프고 잘 움직이지 못해 집에만 있어서 미안했다”며 “나는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지만 다시 공사를 하면 나가서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3일 15시 30분, 임회면 대책위는 한전의 불법공사에 대해 군수와의 면담 약속을 하고 진도군을 방문했다.
군수는 일정을 이유로 기다리는 대책위를 뒤로하고 18시가 넘어서야 들어와 면담은 이루어 졌지만 면담시간은 5분을 넘지 못했다.
“나한테는 지팡이 하 나 밖에 없다”며 다시 공사가 시작되면 마을을 위해 싸우겠다는 82세의 하양심 할머니.
진도군의 최대 현안인 송전선로 사업에 대한 대책위와의 면담 도중에 “바쁜 일이 있다”며 지역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미술전시회 테이프 절단에 참석하고 2시간 30분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5분의 면담 시간을 허용한 진도군수.
군수와 지팡이 할머니, 과연 누가 더 진도를 사랑하고 군민을 걱정하는지 군민들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