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국내에 도입, 올해 진도에서만 25,000여 평 재배”
야콘(Yacon)은 열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이다. 줄기와 잎은 뚱딴지(돼지감자)와 비슷하고, 뿌리와 줄기 사이에 붙은 뿌리줄기(뇌두)는 다알리아와 비슷하다. 덩이뿌리의 생김새는 고구마와 마의 중간 형태다.
야콘은 뿌리 식물의 기원지라 불리는 안데스산맥의 중부고지대(표고 900~3300m, 평균 2000m 지대)가 원산지다. 칠레의 중북부로부터 페루․에콰도르에 이르는 지역에 두루 자생하고 있다. 야콘은 수분이 많고 배처럼 달아 원산지에서는 ‘땅속의 배’라 불린다.
한국에는 1985년 4월에 야콘이 처음 들어왔다. 농업진흥청에서 일본의 타키이 종묘회사로부터 모종 3포기를 들여와 시험 재배했다. 그 뒤 괴산, 상주, 강화 등지에서 재배되었고, 적은 양이긴 하지만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2005년을 전후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전국적으로 현재 70여만 평 정도 재배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병통치약? 근거는 인체 무해성, 무독성”
야콘에는 당뇨, 고혈압, 변비, 비만, 천식, 아토피 등을 개선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일본의 식품분석센터와 야콘연구회에서는 야콘을 ‘당뇨’에 가장 좋은 효능을 가진 작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야콘의 효능은 잉카 문명의 인디오들도 주목했다. 볼리비아에서는 당뇨병 환자와 소화 장해가 있는 사람들이 야콘을 많이 먹으며, 신부전증을 낫게 하거나 피부를 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야콘 잎에 당뇨병을 예방하는 약리작용이 있다고 믿어 약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이처럼 야콘은 옛날부터 과일로 먹기도 했지만 치료약으로도 널리 쓰여 왔다.
국내에서도 야콘 효능이 주목받고 있다. 주로 방송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당뇨를 치유하는 기능성 작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방송을 타기 시작한 야콘은 2007년에만 20여 회 가까이 방송과 신문에 소개되었다.
“땅 속의 배 야콘, 원산지에서는 과일가게에서 팔아”
야콘 덩이뿌리는 수확한 뒤에 2주 이상 후숙을 하면 배보다 단맛이 강하다. 원산지에서는 껍질이 약간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햇빛에 말려 후숙시키는 것을 코차스까(Ckochascca)라고 한다.
야콘 덩이뿌리를 달여 즙을 내서도 먹는다. 덩이뿌리 자체가 수분이고, 단맛을 가진 프락토올리고당이기 때문에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 원산지에서는 달여낸 즙을 찬카카(Chancaca)라고 한다. 아황산나트륨을 넣고 감압 농축하면 효소작용에 의해 검게 되는 것이 방지되므로 사탕수수 시럽과 비슷한 엿이 만들어진다. 야콘 엿은 열량이 낮으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야콘은 배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나므로 디저트로도 좋고, 생즙이나 발효 음료, 건강차 등으로 가공할 수 있다. 건강 유지 및 개선을 위한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하기 좋은 작물이다. 이밖에도 야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모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과일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
야콘은 우선 과일처럼 깎아 먹을 수 있고, 생즙이나 엑기스, 분말, 효소,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줄기와 잎은 잎차, 분말차, 환 등으로 가공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야콘은 독성이 없고 거부감이 적은 작물이기 때문에 대중성 식품으로 개발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야콘의 소비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음료가 개발돼야 한다. 개별 농가가 소유한 소규모 가공시설로는 야콘 음료를 대중화시킬 수 없다. 대형 음료 회사가 야콘 음료를 개발하고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해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대규모 야콘농장, 또는 작목반이 야콘 음료의 주원료가 되는 덩이뿌리를 대량 생산해서 원재료를 조금 더 싸게 공급하고, 음료 회사는 국내 야콘으로 만든 음료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해야 할 것이다.
야콘의 주요 성분들은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고 충치균에 이용되지 않는다. 복잡한 가공 과정 없이 맛좋은 과자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개별 농가에서 야콘을 썰어서 말린 칩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지만 상품성이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야콘이라는 좋은 재료를 보다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콘을 주원료로 하는 ‘다이어트 과자’가 만들어진다면 야콘이라는 ‘상품 코드’ 하나가 생성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멜라닌’ 파문을 보더라도 과자시장은 야콘과 같은 천연재료를 찾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야콘의 원산지에서 야콘은 ‘땅 속의 배’라 불리고 있고, 채소상은 물론 과일상에서도 인기 품목이다. 실제로 야콘의 맛과 성분은 채소라기보다는 과일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야콘이 작물의 특성상 ‘구근채소’로 분류되어 있더라도 과일 시장에서도 인기 품목으로 취급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 이는 기능성 식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도의 토질과 기후에도 잘 적응, 상품성이 관건”
야콘은 원산지에서는 다년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지하부가 고사되어 버린다.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나 고랭지에서는 수량성이 떨어진다. 파종시기는 직파할 경우에 평난지는 4월 10일경, 중산간지에는 4월 하순경이 적당하며, 모종을 이식할 경우는 서리의 피해가 없는 5월 상순 이후가 안전하다.
초장은 1∼2.5m 정도이고 잎은 밀생하며 지하부에는 번식기관인 관아와 저장기관인 괴근을 형성한다. 8월 하순까지는 괴근은 거의 비대되지 않고 줄기와 잎이 활발한 생육을 보이다가 9월 하순에 이르면 노란색 꽃이 피고 이때부터 괴근이 급격하게 비대해진다. 괴근의 크기는 10월 하순경에 거의 최대가 되는데 보통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야콘의 생육적온은 20∼30℃이다. 진도는 연평균기온이 12.4℃로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난한 지역에 속한다. 가장 온도가 높은 시기는 8월인데 최저 온도가 20.8℃, 최고온도가 36.0℃로서 평균 22.8℃를 기록하고 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고온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기후적으로 진도 지역에서 야콘을 재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재배적지는 사질양토나 양토이며 배수가 양호한 곳이면 어디든지 재배가 가능하다. 진도의 토질은 돌이 많아 유기질이 많고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기후에 맞는 식물이라면 어떠한 작물이라도 잘 자라는 곳이다. 야콘은 마사토에서 재배하기 적합하지만, 진도도 사질양토의 밭이 많아 야콘 생육에 적지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야콘은 울금이나 고구마보다 외형적인 상품성을 더 따지기 때문에 상품율을 높이는 일이 관건이다. 보통 상품(上品)이 나올 확률은 30~40%, 중품은 40%, 하품이 20% 정도다. 문제는 토질에 따라 상품율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나 사질양토에 심되 정식 전에 유기질 퇴비를 충분히 넣어줘야 한다.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는 절대 금물이다. 화학비료 성분은 야콘 구근을 썩게 만들고,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제초제와 살충제는 건강작물로서 이미지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야콘은 유기농에 적합한 작물이기도 하다.
대체작물에 날개를 달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은 262,650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은 4,000여 종이고, 자원식물로 데이터베이스화된 것은 1,132종이다. 여기서 오랜 동안 작물화(순치) 과정을 거쳐 주요 농작물로 재배되는 식물은 벼, 맥류, 두류, 잡곡을 합쳐 74종에 불과하다.
진도의 주요 작물은 몇 가지나 될까? 벼, 겨울대파, 배추, 양배추, 고추, 구기자, 울금…… 따져 보면 손꼽을 정도다. 그나마 벼나 배추를 제외한 작물들은 본격적인 재배 역사도 짧다. 현재 정착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보리나 밀·콩처럼 시대 환경에 따라 면적이 급감할 작물들도 있다.
진도가 주산지가 되어 정착에 성공한 겨울대파를 보자. 2002년 1,553ha이던 것이 2006년에는 1,843ha로 재배 면적이 증가했고, 올해는 1,630ha로 감소 추세에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추 320ha, 양배추 164ha, 마늘 18ha, 봄배추 56ha, 울금 33ha 등 다른 작물에 비하면 절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겨울대파는 이처럼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농작물이지만, 대표적인 투기 작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과잉 생산과 중국산 수입,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로 한해 건너 가격파동을 겪고 있다. 벼에 버금가는 주요 소득 작물이기 때문에 대파 값이 폭락할 때마다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
진도군의 농정 책임자들은 농민들에게 대파 재배 면적을 줄이는 대신 품질을 높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농민들은 대파 재배 면적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고 말한다. 재배기술이나 판로문제 등으로 작목전환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겨울대파는 외부적 요건에 따라 가격 폭등을 기대할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는 ‘달콤매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투기화된 농업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 진도의 농정 관계자들과 농민들이 대안 찾기에 주저하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사이 우리 농업은 전남권에서조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넘어 다양한 유기 농산물을 원하고, 지자체들은 앞다퉈 유기농업 단지를 조성하거나 대체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진도군도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조사업, 1회성 지원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필요”
진도군에서는 ‘2008년 수급불안품목(겨울대파) 작목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급불안품목인 겨울대파의 적정 면적 재배와 가격안정화, 원예작물 재배면적을 타 작목 등으로 전환 유도, 지역특화 고소득 작목 육성,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 도모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총 사업량은 15ha로 야콘, 울금, 시금치 등 밭작물을 심되 그 밭에는 3년 동안 대파를 심지 않는 조건이다.
보조금 50%에 자부담 50%이기 때문에 대체작물을 고민하는 농가로서는 작목전환을 시도해도 실패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야콘과 울금은 신청자가 많았고, 올해 채소시장 흐름을 볼 때 가을에 파종하는 시금치도 시도해 볼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사업은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이번 사업이 1회성 지원사업에 그친다면 대파를 포기하고 새로운 작물을 선택한 농민들로서는 뚜렷한 소득작물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식물이 농작물로 길러지고 주요 소득작물로 정착하는 데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선정된 대체작물 가운데 야콘과 울금은 웰빙시대의 트렌드에 어울리는 기능성 작물이다. 기능성 작물은 생산 자체로 얻는 소득보다 가공과 유통으로 얻는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한 농민들이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에서 유통까지 단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파를 심지 못하는 약정기간까지는 진도군의 다각적 지원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이는 대체작물을 심은 농가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대파를 진도의 주요 소득작물로 보전하고 대파농가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우리 둘레에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미처 그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작물들도 많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지구상의 수많은 식물들 가운데서 머지않아 진도 들녘의 새로운 주인이 될 황금작물들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진도군과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체작물을 연구 개발해야 할 것이다.